오늘 마주친 한 구절

[사서가 읽는 책]『심야 이동도서관』

by 김보현

  • 『심야 이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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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절히 원했던 것을 손에 넣었다가 놓쳐버린 적이 있는가? 나는 독자로서의 내 초상을 원했던 것이다. 공기가 탁한 교실에서 몇 시간씩 앉아 있던 나날. 아파서 결석하고 잠에서 『낸시 드류』시리즈에 빠져든 기억, 금지된 책들을 밤늦게 몰래 읽던 어린시절.  『네이키드 런치』, 『파운틴 헤드』, 『율리시스』,『사랑에 빠진 여인들』처럼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책을 읽은, 아니 읽으려 애쓰던 10대시절. 마치 완벽한 연인들이 나온 꿈에서 깨어나 사라진 이들을 그리워하며 풀이 죽은 기분이었다.p[13] 


    문득 기억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문장들이 있다. 몇 번이고 되 읽은 책이나 한동안 물릴정도로 들고 다녔던 노래의 한 소절이다.

    혹은 덜 지워진 얼룩처럼 입 안에 맴도는 글귀이기도 하다.

    언젠가 나도 어느 인적 드문 거리에서 내 손때가 묻은 책들이 빼곡히 꽂힌 이동도서관을 만나는 날이 올까?

     

    그리고 그 서재에서, 나는 내가 기억해내지 못해 잊고 있었던 문장의 주소를 찾을 수 있을까. (김보현 사서 2017.1)


    오드리 니페네거, 권예리 역 『심야 이동도서관』 이숲,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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