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주친 한 구절

[사서가 읽는 책]『너무 한낮의 연애』

by 현나라

  • 『너무 한낮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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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딤의 대상은 한 계절, 한 달, 한 주도 되지 못하고 그저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고 어쩌면 더 나쁠지도 모르니까.  

    그 나쁨의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오늘을 지키는 것, 그것은 나약함 일까.

    그렇다면 그런 하루의 무게는 정당한가.

    나는 일상을 가만히 견디다가도 어느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주변의 누군가에게가서 막무가내로 묻고 싶을 때가 잦은데,  

    그건 그러니까 왜 이렇게 됐습니까,하는 질문이다. 괜찮습니까, 하는 질문.  

    왜 이렇게 됐습니까, 괜찮습니까.  

    그렇게 물을 때 나는 사람들 곁에,  

    차가운 창의 흐릿한 입김처럼 서 있겠다. 누군가의 구만육천원처럼 서 있겠다.

    문산의 느티나무처럼 서 있고, 잃어버린 다정한 개처럼 서 있겠다.  p. 285 작가의말 중에서.

     

    소설을 즐겨 읽지만 단편,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뭔가 좀더 깊이 파서 요목조목 설명하고, 반전도 있으면 좋겠고,  

    거기다 이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까지 반듯하게 결말로 보여줘야 후련했다.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다보면 슬픔, 화남, 쓸쓸함, 먹먹함 같은  

    부정적 감정의 여운까지 고스란히 조금 더 남겨두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연애를 소재로 다루는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좋아하는 한사람에게  집중하거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멈춘지는 오래다.

    사랑하기를 멈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현나라 사서 2017.2)

     

    김금희 지음 『너무 한낮의 연애』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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