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주친 한 구절

[사서가 읽는 책]『환상동화집』

by 임수희

  • 『환상동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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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소년아” 왕은 말했다. 

    “네가 아이인지 현인인지, 아니면 신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네 질문에 대답해 줄 수는 있다. 우리는 네가 말한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영혼 속에 간직하고 있노라고. 우리는 행복도 알고, 자유도, 신들도 안다. 그 옛날 한 현인의 전설도 알고 있지. 그는 세계의 조화를 우주와의 조화로운 화음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됐느냐? 아마도 너는 저 세상에 온 축복받은 자 같구나. 어쩌면 네가 신 자신인지도 모르지. 그런데도 네 가슴 속에는 행복이나 힘,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구나. 우리의 가슴 속에는 그런 것에 대한 예감이나 반영, 희미한 그림자조차 들어있지 않았단다.” p.167

     

    한순간 쉽게 읽히지 않아도 두번 세번 읽어도 의미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 읽은 부분을 내일 읽었을 때 주는 느낌이 다른 책. 동화라고 읽기에는 가볍지 않고 슬픈 노래의 가사처럼 순간 순간의 나에게 이입해서 읽으면 모든게 이해되는 또 그렇지 않은 어느 한 구절이 가슴에 박히는 날이 있지만, 또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책. 초등학교 다닐 때 선물받아 1년에 한번쯤은 다시 펼쳐보지만 매번 짧은 단편 동화에 느끼는 점이 달라지곤 한다. 독자에 따라 해석도 의미도 분위기도 모두 다른 그래서 모두가 한번 쯤은 읽어봐도 좋을 듯한 그런 책. (임수희 사서 2017.3)


    헤르만 헤세 지음, 정서웅 외 옮김, <환상동화집> 민음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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