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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은 적이 별로 없던 나는 회복이 어느 날 아침 불쑥 찾아오는 것인 줄 알았다. 실제로는 얇은 종이를 벗겨내듯, 나을 듯 말 듯 하면서 조금씩 회복되는 것임을, 생각해 본적조차 없는 나는 내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과 들고 나는 바닷물이 쇠약해진 내게는 너무 강렬하고 눈부셔서 고통스러웠다. 아 멋지다, 아름답다. 그래도 빨리 집에 들어가 눕고 싶어. 언젠가 다시, 이렇게 멋진 경치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되기는 하는 걸까, 하고 나는 불안해졌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회복하는 일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디다는 것. 이 단순한 사실이 나를 못 견디게 만들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어떤 것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인데 무너뜨린 것을 다시 쌓아 올리는 시간은 왜 그렇게 더딘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야 나는 책의 주인공처럼 더딘 회복을 받아들이고, 무력감에서 벗어났다. 지금도 가끔씩 이 책이 떠오른다. 몸의 아픔을 회복하는 일도, 상실감에서 헤어나오는 일도, 나를 못 견디게 만드는 일을 견디는 일도 모두 출구가 있고 걸어나올 수 있음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김차경 사서 20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