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주친 한 구절

[낭+독회 한구절]『인간의 조건』

by 느티나무

  •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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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 살아 있는 모든 사물이 강제로 떠밀려 들어가는 자연의 주기적 운동은 우리가 이해하는 의미에서의 탄생도 죽음도 알지 못한다. 인간 존재의 탄생과 죽음은 단순히 자연적 사건이 아니라 세계와 관련되어 있다. 고유하고 대체불가능하며 복제불가능한 실재인 유일한 개인들이 이 세계에 왔다가 이 세계를 떠난다. 탄생과 죽음이 전제하는 것은 부단한 운동 속에 있지 않지만 그 지속성과 상대적 영속성 때문에 나타남과 사라짐을 가능하게 하는 세계다. 이 세계는 여기에 출현한 어떤 개인보다 앞서 존재했고 그가 떠난 후에도 남아 있다. 인간이 태어나는 장소로서 세계, 죽을 때 떠나는 세계가 없다면, 불변의 영원회귀외에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니체처럼, 모든 존재의 최고원리인 ‘영원회귀’의 긍정에 도달하지 못하는 삶의 철학은 자신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를 알지 못한다. p.175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한길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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