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주친 한 구절

[낭+독회 한구절]『인간의 조건』

by 느티나무

  •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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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 두드러진 영속성 때문에 예술작품은 모든 구체적인 사물들 중에서 가장 세계적인 사물에 속한다. 이들의 지속성은 자연과정이 부패시키는 힘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술 작품은 살아 있는 피조물이 사용하는 물품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자의 목적은 누군가 거기 앉을 때 실현되지만, 예술작품의 경우 내제적 목적과 실현과 거리가 먼 사용은 오히려 예술작품을 파괴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술작품의 지속성은 모든 사물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지속성보다 한 차원 높은 것이다.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영속성을 획득한다. 죽을 운명의 인간이 거주하고 이용하는 까닭에 절대적일 수 없는 인공세계는 예술작품의 영속성 속에서 투명해짐으로써 불멸성의 신호, 즉 영혼이나 삶의 불멸성이 아니라 사멸적인 인간의 손이 이루어낸 불멸적인 것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서, 빛을 발하고 볼 수 있는 소리가 있어 들을 수 있으며 말을 하거나 읽을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p. 245-255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한길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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