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시민과도서관] 그곳에 가면 느티나무가 있다 (2000년 가을호)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5-03-07 조회수 : 4,229

2000. 가을호. 시민과 도서관 도서관 탐방 그곳에 가면 느티나무가 있다 김진우 (도서관운동연구회) ● 그곳에 가면 느티나무가 있다 ● 비가 올 듯 하늘이 잔뜩 찌푸린 8월의 마지막 일요일, 편집팀에서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에 위치한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에 다녀왔다. 평소에 어린이도서관과 아동서비스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렇게 직접 어린이도서관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방문한 '느티나무'였지만,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곳이었다.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은 아파트 상가 지하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한 지하공간과는 달리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벽면에 이곳을 상징하는 듯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는 대형벽화가 그려져 있고, 계단 한쪽에는 미끄럼틀이 놓여 있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낯설어 하는 아이들이 쉽게 도서관을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관장님의 아이디어에 놀랄 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약 20여평의 공간에 벽면을 따라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서가와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는 때로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집 모양의 '꾸러기방'과 '이야기방'이 꾸며져 있어서 관장님의 아이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의 박영숙관장님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공동체 문화공간을 꿈꾸며 6개월 동안 개관준비 작업을 하셨는데, 어느 새 개관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처음의 우려와 달리 아이들 스스로가 빠르게 예전 동네 어귀에 있던 느티나무 본연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잘사는 집 아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조금은 서먹한 분위기였는데 어른들이 별 간섭하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니까 이내 하나가 되어 지금은 공동작업도 주저하지 않고 서로 어울려 잘 지낸다고 한다.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하나의 지역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느티나무'는 가족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회원이 아닌 아이들이나 부모들도 자유롭게 와서 책을 보고 만들기며 숙제를 할 수 있도록 이용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다만 가족회원에 가입한 가족들은 식구 수에 상관없이 1인당 일주일에 2권의 책과 비디오를 빌려볼 수 있는 특전이 있다. 개인회원제로 하지 않고 가족회원제로 한 것은 가족구성원 모두가 책과 가까워 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이곳에도 일종의 대출규칙이 있다. 비디오는 반드시 책과 함께 빌려야 한다. 이는 아이들이 너무 비디오에 치우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도서관의 전반적인 운영을 관장님과 사서교사 둘이서 하고 있지만, 25명의 크고 작은 도우미들의 자원봉사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도우미는 성인과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도우미들의 이름표가 기둥의 한쪽면을 가득 채운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른들은 큰도우미, 아이들은 각각의 역할에 따라 애칭을 붙여 반짝도우미• 정리도우미•사서도우미 등으로 부르며 아이들은 서로 도우미를 하려고 경쟁까지 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도우미는 사서도우미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사서는 거의 신같은 존재라고 이곳에 근무하는 조내식 사서가 살짝 귀띔을 해준다. 지금까지 가입한 가족은 무려 516 가족으로 1,442명이 자료이용을 했다. 별다른 홍보도 없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회원에 가입하고 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회원가입에 대해 문의를 하고 있어, 관장님은 앞으로의 운영이 걱정되어 이제는 회원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회원가입을 하라고 권유(?)를 하신다고 한다. 유일한 홍보방법은 이용자들의 입소문이다. 그만큼 '느티나무'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관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과연 공공도서관은 이용자들에게 입소문이 날 만큼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훌륭한 장서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쳐 쓴웃음을 짓게 했다. 6개월이라는 개관준비 작업 중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장서수집으로 4,000 여권에 이르는 책들은 저마다의 서가에서 빛을 발하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정성껏 대하는 엄마의 손길같은 서비스와 아이들을 배려한 내부설계 등이 오늘의 '느티나무'를 있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제2의 건국운동'을 홍보하는 공익광고가 있었다. 그 중 할머니 선생님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가르침은 오늘 우리의 모든 도서관이 두고두고 새길 명언이다. 그저 겉모습만 번듯한 도서관 건물, 이용자에게 외면당하는 장서와 빛좋은 첨단기기가 도서관의 전부가 아니다. 도서관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하나의 공동체 공간이다. 이제 건물만 덩그렇게 있는 도서관을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느티나무'와 할머니 선생님의 가르침처럼 도서관의 기본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시민과도서관 제1권 제2호 통권 20호 (2000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