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동아일보] 용인 수지에 어린이도서관(02.10.13)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5-03-07 조회수 : 4,399

용인 수지에 어린이도서관

"3학년? 그러면 이 책이 좋을 것 같은데…."
“해리(포터) 있어요? 정말 많다. 다 빌려가야지.”
문을 닫기 직전인 11일 오후 5시 ‘느티나무 도서관’엔 어린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와 어지러진 책을 제자리에 꽂는 도우미 아줌마들의 쉴새 없는 손놀림으로 분주했다.

주말에 쉬기 때문에 마감시간까지 책을 빌리러 온 어린이와 학부모가 이날도 많았다.

마감시간을 1시간 넘겨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난 박영숙 관장(36·여)은 그제야 “휴”하고 한숨을 돌린다. 이날 대출한 책은 모두 500여권. “어린이 도서관이다 보니 매일 전쟁터나 다름없어요.”

이 도서관은 아파트만 빼곡한 문화 불모지 경기 용인시 수지 현대성우아파트 상가 지하 40평 남짓한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2000년 2월 개관했지만 어느새 수지뿐만 아니라 구성과 분당에서까지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박씨가 사재를 털어 산 책 3000권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족회원 1600여명, 소장도서 8500권, 하루 평균 대출도서 400여권으로 공공 어린이도서관 못지 않다.

“아이들이 책만큼은 마음껏 읽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회사원인 남편과 5세, 7세 남매를 둔 주부 박씨가 어린이도서관을 열게된 것은 대학시절 빈민촌에서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책이 있는 공간의 소중함을 느꼈기 때문. 그 때 경험으로 도서대출 뿐만 아니라 방과 후 교실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토요일엔 결식아동들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곳을 둥지 삼아 동아리 어머니독서회와 초등학생 모임인 ‘책또래’, 미취학 아이들의 ‘꼬마 또래방’이 모임을 갖는다.

박씨는 “아이들이 이 곳에 오면 어두웠던 얼굴도 금세 밝아지고 생기가 돈다”며 “재미있게 놀고있는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오히려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가족회원 당 1만원인 입회비와 남편의 월급을 쪼개 운영하다 보니 도서관은 항상 적자. 박씨는 애초부터 돈을 벌겠다고 한 일이 아니어서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최근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주부 자원봉사자 20명이 짬짬이 시간을 내 대출업무와 공부방 운영, 청소 등을 도와주고 있지만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일손이 부족해진 것. 결국 목요일 하루 휴관에서 얼마 전부터 화, 목, 토 3일간 문을 닫고 이용시간도 2시간 줄였다.
 
박씨는 “더 많은 아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해야하지만 형편이 안 돼 안타깝다”며 “이 곳이 고향의 느티나무처럼 아파트 숲 속의 아이들에게 소중한 쉼터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용인〓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