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한겨레] “도서관 문화는 사람과 세상을 바꿀 근원적인 힘”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4-06-07 조회수 : 4,407

[문화]책  “도서관 문화는 사람과 세상을 바꿀 근원적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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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을 키울 수 있는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으로 도서관을 개방해온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은 15년째 도서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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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도서관운동 평가 ‘꿈꿀 권리’ 낸
       박영숙 느티나무 도서관장

“도서관은 늘 하고 싶었던 일이고, 해야 할 일이었고, 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그 일이 이젠 해야만 할 일이라는 쪽으로 생각의 중심이 점점 더 옮겨가고 있다.”

조그만 동네 개인문고로 시작해 우리 사회 사립 공공도서관의 모범적인 한 전형을 일궈낸 경기도 용인(수지) 느티나무 도서관 박영숙(49·사진) 관장이 <꿈꿀 권리>(알마 펴냄)라는 책을 냈다. 8년 전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2006)를 냈을 때와 굳이 비교한다면 그사이 “도서관(운동)의 가능성을 좀더 분명하게 확인했다”고 그는 말했다. <꿈꿀 권리>에서 박 관장은 이를 ‘도서관 방식’ ‘도서관 문화’의 가능성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그것이 사람과 세상을 바꿀 근원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지녔다.
 
1999년 동네 개인문고로 출발
독서회·워크숍 등 자발적 참여
사립 공공도서관의 모범 일궈
자유로운 소통·배움공간 위해
빈민운동서 도서관지기 변신
“도서관 요체는 공공성” 확인

“느티나무가 도서관 운동을 펼치는 궁극의 목적은 도서관의 발전이 아니다. 도서관 문화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세상이 더 나아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도서관 문화’란 몇 마디로 담아내기 어렵지만 대충 이런 것이다. “좁게는 한 도서관의 이용자들이 보여주는 자료 이용 행태에서부터 도서관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서비스와 활동, 그 과정과 결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그 무엇이다.

또 ‘도서관 방식’이란, 도서관의 숫자나 장서량, 공간 디자인 변화 같은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는 그 이면에 흐르는 무엇이다. “사람들이 책을 만나고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면서 배우고 관계를 맺는 방식”, “도서관이 운영되는 원리인 다양성, 자발성, 일상성이 작동하는 배움과 그런 배움이 이뤄지기 위한 여건으로 느슨하게 거리를 존중하고 북돋우며 함께 성장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관계”를 뜻한다.
지난 10여년의 체험을 통해 그가 거듭 확인한 ‘도서관 방식’의 요체는 ‘공공성’이다.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간절함 끝에 만난 행운”이라고 책에서 표현했던 ‘유네스코 공공도서관 선언’에서 찾은 해답이다. ‘공공도서관은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역의 정보센터다. 공공도서관의 서비스는 나이, 인종, 성별, 종교, 국적, 언어,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균등한 접근 원칙에 따라 제공된다.’ 그가 독서회, 워크숍, 심포지엄 등을 열어 느티나무 도서관을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독서와 소통의 공간으로 만든 건 그 실천작업인 셈이다.

그가 도서관지기가 된 동기는 “자유에 대한 바람”이었다. 쫓기듯 불안한 일상에서 놓여날 수 있게 해주는 것, 옴짝달싹 못하게 우리를 얽어매고 짓누르는 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그것은 “출신 배경이나 학력, 사회제도나 전통 같은 것이 부여한 부모, 며느리, 학생, 선생, 남자, 여자 같은 일반명사로 부여된 이름의 덮개를 걷어내고 고유한 자기 삶의 정체성을 만나는 것”이다. 그에게 도서관은 바로 그런 책임있는 자율적 주체들, 존엄한 개인들이 자유롭게 만나 제한없이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문화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공간이었다.

대학에서 소비자아동학과를 다니며 부전공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한 그는 애초 서울 구로동 쪽에서 도시빈민운동을 했다. 1991년 대학 동아리 동료이자 친구인 동갑내기 남편 이상규씨와 결혼해 아이 둘을 둔 그는 99년 용인으로 옮겨가 조그만 아파트 상가 한 칸을 빌렸다. 거기서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고 선 느티나무처럼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와 소통과 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사람들 표정이, 마을 풍경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느티나무 도서관을 차렸다. 그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지금처럼 자랄 수 있었던 것도 그는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서관에 대한) 수요, 요구가 커지기 시작하던 정말 적절한 때, 필요한 때에 시작했고 사람·자원과도 순조롭게 결합했다.” 그때 400여개였던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이제 900개에 육박한다. 2003년 ‘기적의 도서관’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기부·모금 후원 방식의 운영도 가능해졌다. 처음엔 1만원의 가입비를 받았으나 3년 뒤 그것마저 문턱이 된다며 없애버렸다.

지금 연 360평쯤 되는 자체 건물까지 갖게 된 도서관은 월·목요일을 뺀 주 5일, 오전 10시(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하루 평균 이용자는 300여명. 박 관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의 직원이 일한다. 얼마 전까지 서울 성북구청의 요청으로 구립도서관 3개를 위탁운영했고, 지금은 파주 시립도서관 4곳의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그래서 “내가 결재해야 하는 도서관만 5곳”이라는 박 관장은 느티나무만 해도 연간 최소 4억5000만원의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남편은 한때 월급의 6분의 5를 내놓았을 정도로 느티나무 최대의 개인 후원자 중 한 사람이다.

박 관장은 그런 와중에도 1주일에 3~4일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며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있다.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한계를 많이 느낀다. 꼭 정답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좀더 집중해서 생각할 기회를 갖고 싶다.” 조만간 ‘공동체와 공공성’을 주제로 한 그의 세번째 책도 나온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