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읽는 책]『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by 이유정
심리의 구조를 이야기할 때도 기본적으로 같은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독일어의 도플갱어란 단어는 자신의 거울 이미지, 혹은 자신의 반대라는 뜻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어느 날 저녁 집 근방까지 왔을 때 자신의 도플갱어, 즉 내면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자신과 맞닥 드린다. 자신의 그림자를 이렇게 선명하게 체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알든 모르든 간에 심리적 쌍둥이인 그림자는 거울 이미지처럼 우리 곁을 항상 따라다닌다. p.32
봄이 왔다. 싫어하는 봄. 뾰족한 봄햇살이 등에 닿는 순간 잊고 싶은 기억과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아이를 달래듯 허락없이 나를 어루만지는 저 햇살이 참 싫다. 왜 봄일까? 단지 계절을 심하게 타는 걸까? 저자는 숨어있던 내면의 그림자가 분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리적 쌍둥이가 얼굴을 내미는 순간인 것이다. 그런 봄을 무난히 넘겨보고자 시작한 일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씨앗심기. 덕분에 따뜻한 햇살을 기다릴 때도 있고 돋아난 새싹이 걱정되어 밖에 나가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봄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경계한다. 해마다 누렇게 바랜 이 책을 보며 내 안의 낯선 나, 그림자와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이유정 사서 20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