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 한구절]『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by 느티나무
주류 경제학 이론은 임노동의 생산성에만 집착했고, 근본적으로 임노동의 존재를 가능케 해주지만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을 등한시했다. (…) 이는 결코 2차적인 경제가 아니라 사실상 ‘핵심 경제’이며 일상생활에서도 최우선 순위를 차지한다. 시간, 지식, 기술, 돌봄, 공감, 교육, 호혜성 등 보편적인 인적 자원으로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의 필수 요소들을 지탱해주는 게 바로 이런 활동이다. 만약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이제 당신 안에 숨어 있는 주부의 본성을 마주할 때다. 누군가는 아침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집을 치우고, 장을 보고, 아이들에게 걸음마와 나누는 법을 가르치고, 빨래를 하고, 나이 든 부모를 돌보고, 쓰레기를 치우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려오고, 이웃을 돕고, 밥상을 차리고, 걸레질을 하고, 식구들의 하소연을 들어준다. 이 모든 과제를—어떤 것은 아주 기꺼이, 또 어떤 것은 이를 악물고—수행하며, 이는 개인과 가족의 안녕을 떠받치고 사회의 삶을 지탱해준다.
모두가 이 핵심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만 어떤 이는 다른 이보다 여기에 시간을 더 많이 쓴다. 시간은 아주 보편적인 인적 자원이지만 개인이 경험하고 사용하는 방식,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정도, 가치를 매기는 정도 등은 사람마다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대륙과 남아시아에서는 이 핵심 경제에 특히 많은 시간을 쓴다. 국가가 제대로 해주는 것이 없고 시장은 너무 멀어 접근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가정 경제를 꾸리는 이들이 대부분을 직접 조달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학고재, 2017, 94-106쪽.
읽은 날: 2021년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