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느티나무도서관 예시바서 6기 박가연입니다. 여덟 번째 글로 찾아왔어요!
오늘은 '수서'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수서란 도서관에서 문헌을 입수하는 과정을 말해요. 쉽게 말해 책을 사는 과정인거죠.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매주 목요일 수서회의를 진행합니다. 일주일 동안 담당 분야의 책을 위주로 살펴보고, 회의에서 왜 책을 사야하는지 이야기를 나눠요. 물론 본인 담당 분야가 아닌 책을 수서해도 됩니다!
제 담당 분야는 '문학/문학평론/여행/DVD'입니다. 특징이 뚜렷한 분야들이라 항상 꼼꼼하게 살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문학의 경우 새로 나오는 책의 수도 많고,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되는 분야예요. 여행은 문학에 비해 신간 수가 적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여행 정보의 최신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이드북을 사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더 신간이 적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수서를 하면 할 수록 저자의 이력과 출판사의 특징이 눈에 들어오는 게 신기했어요. 저는 저만의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수서해 보겠냐는 마음이 컸어요. 제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책을 꼭 한 권 이상은 살펴보려고 했죠. 그렇게 약 8개월 간 수서한 책이 107권이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어떻게 수서를 하고, 어떤 책을 수서했는지 밝히려고 합니다. 그간의 과정을 바로 보러 가시죠!
주로 어디에서 수서할 책을 찾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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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
수서할 책을 찾기 위해 가장 많이 살펴보는 것은 '인터넷 서점'입니다. 인터넷 서점에는 실시간으로 새로운 책들이 올라와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어떤 책이 나왔는지 확인하기에 참 좋습니다. 분야별로 분류도 잘 되어 있어서 원하는 분야의 책만 몰아보기도 편하고요.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저는 새로나올 책 코너도 함께 확인하고 있습니다. 미리 책을 확인한 만큼 관련 내용을 조사할 시간이 늘어나더라고요. 책에서 믿을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도서관에 관련 책은 얼마나 되는지… '새로나올 책'이 '새로나온 책'이 된 순간, 확인한 책을 낚아챕니다! 누구보다 빠르게요ㅎㅎ
2. 신문 또는 잡지
신문과 잡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사가 정기적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서평이 실려있어서 책을 빈틈없이 살피는 데 도움을 받아요.
느티나무도서관의 잡지에는 '읽기 담당'이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잡지를 꾸준히 읽으며, 잡지에 실린 책들도 확인해요. '채널예스'는 출판 잡지에요.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기도 하고, 책에 얽힌 비하인드를 알 수 있어 가장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도서관'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발간자료입니다. 사서 추천도서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여행 잡지 '트래비'의 경우 다양한 여행 책을 소개해요. 제가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여행 도서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3. 뉴스레터
개인적으로 뉴스레터를 구독하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자주 살펴보는 뉴스레터들이에요. 도서관 사서가 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출판사의 직원이 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여러 방향으로 책을 살피기 위해서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직접 책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항상 재미있게 읽어요.
4. SNS
SNS를 하염없이 돌아다니기도 해요. SNS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죠? 자유로운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참고가 많이 됩니다. 출판사, 특정 분야의 전문가, 그리고 엄청난 야으이 책을 읽는 독자의 리뷰가 제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때도 있어요.
어떤 책을 수서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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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나오미 배런 / 어크로스 / 2023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채널예스의 문해력 특집 기사로 접한 책입니다. 기사에는 이 책을 번역한 전병근 번역가의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말미에는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본문 내용을 재구성한 Q&A가 붙어있어요.
문해력을 바라보는 과거와 현재의 시각을 비교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언어'로 생각하고 분류한 책인데요, 결국에는 '책'으로 분류 되었답니다. 수서회의에서는 책이 어디 분야로 가야할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18세기의 세책사> 이민희 / 문학동네 / 2023
<18세기의 세책사>는 저자가 직접 세계의 도서관과 서점을 돌아다니며 모은 '세책 기록'이 담긴 책입니다. 세책이라는 문화가 새롭기도 했고, 도서관에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아 수서해 보았어요.
무엇보다 자메이카,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우리에게 생소할 수 있는 나라까지 다루고 있어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러 나라의 독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과학>
<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빨래방> 김준용, 이상배 / 남해의봄날 / 2023
이 책은 부산 산복도로 호천마을에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팀이 세탁방을 차린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호천마을은 드라마 관광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동네인데, 급하게 관광지 개발이 시작되는 바람에 주민들이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요. 기자들이 직접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엮은 책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한 달에 한번 직원들이 주목한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사를 살펴보다 '산복빨래방'을 알게 되었어요. 마침 타이밍 좋게 책이 나왔더라고요! 기사와 함께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 수서해 보았습니다.
<베테랑의 몸> 희정 / 한겨례출판 / 2023
<베테랑의 몸>은 열 세가지 분야에서 오래 일해온 전문가들을 인터뷰 한 책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노동'과 관련된 도서를 꾸준히 수서하고 있어요. 노동 컬렉션인 'F1. 나는 왜 이 일을 계속 하는가'도 있죠.
이 책은 변화에 초첨을 맞췄다고 해요. 일을 하며 생긴 체형, 걸음걸이, 어투의 변화는 물론 새로 생긴 습관이나 질병까지 다룬다는 게 눈에 들어왔어요. 베테랑의 삶을 꼼꼼하게 조사한 책 같더라고요. 도서관에 들어오면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자연과학>
<쇼 미 더 허니> 데이브 도로기 / 이김 / 2023
<쇼 미 더 허니>는 은퇴 직전의 저자가 15,000 마리의 꿀벌을 키우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어요. 저는 꿀벌에 관심이 많습니다. 관심있는 분야의 책이 나오면 언제나 반가워요. 그래서 더 꼼꼼히 살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관심이 가는 분들은 <달콤한 나의 도시양봉>도 함께 읽어보세요! 한국인 저자가 양봉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답니다. 꿀벌을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생물학자가 꿀벌을 관찰하여 쓴 <벌꿀 공장>도 추천합니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 애드 용 / 어크로스 / 2023
<이토록 굉장한 세계>는 동물의 감각에 관한 책입니다. 인간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세계를 설명하고 있어요. 과학 책의 경우 믿을 만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 찾아보고 있어요.
저는 이 책을 한겨례 신문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외국 책의 경우 외국 사이트를 참고하기도 해요. 아마존에서 원제를 검색해 책 설명과 리뷰를 살펴봤습니다. 또, 저자의 강연 영상도 몇 개 시청했어요. 우리가 몰랐던 동물의 세계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기술과학>
<우리 술 이야기> 이대형 / 시대의창 / 2023
<우리 술 이야기>는 제가 처음으로 수서한 책 중 한 권입니다. 전통주 연구가가 직접 우리 술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전통 술에 관한 역사는 물론 우리 나라로 들어온 외국 술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담고 있어서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이 책은 현재 'D4. 맛있게 취한 사람들' 컬렉션에 들어가 있답니다! 책을 수서할 때는 어울리는 컬렉션이 있을지 고려하기도 해요. 제 책이 컬렉션으로 들어가게 되면, 컬렉션에 포함 시키는 작업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차승민 / 아몬드 / 2021
출판 된지 조금 된 책이더라도, 도서관에 없거나 의미가 있는 책이면 수서합니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은 그런 책 중 한 권이에요.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가 쓴 책으로, 정신질환자들의 이야기와 형사저인감정 사례를 담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수서할 때, 한창 tvn의 교양 예능 '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을 보고 있었거든요. 관련 사례를 보며 책을 찾아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장에 있는 전문가가 직접 쓴 책이라 더 눈길이 갔어요.
<예술>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헬레나 애틀리 / 에포크 / 2023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은 바이올린 관련 책입니다.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감동한 저자가 직접 그 바이올린의 역사를 찾아 떠납니다. 연주 하나로 시작된 여행이 바이올린의 문화사 전체로 이어지는게 흥미로웠던 책이에요.
처음에는 '테마여행'을 생각하고 수서했던 책인데요, 바이올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예술로 옮기게 되었어요.
<언어>
<미끄러지는 말들> 백승주 / 타인의사유 / 2023
<미끄러지는 말들>도 채널예스 문해력 특집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 밖 외계인의 시선으로 우리 말을 바라보며 쓴 책이라고 해요. 신조어가 무조건 나쁘다기 보다, 어떻게 생긴 언어인지 사회문화적 현상에 집중했다고 하네요.
이 책을 통해 언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기사에 함께 소개된 <말의 트렌드>와 같이 읽는 것도 추천합니다!
<문학>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애드 용 / 어크로스 / 2023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겪은 소녀가 쓴 일기입니다.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에서 헝가리, 아일랜드로 이동했다고 해요. 현장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는 책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는 'G10. 전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컬렉션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전쟁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며 만들어졌습니다. 회의를 통해 이 책도 G10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결론이 났어요. 어린이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본 책이 많지 않거든요. 빠르게 자료를 구입하여 먼 곳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리기로 했습니다.
<단 한 사람> 최진영 / 한겨례출판 / 2023
<단 한 사람>은 최진영 작가의 신작입니다. 인간과 나무 사이에 얽힌 설화 그리고 설화에 달려 있는 인간의 목숨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요.
최진영 작가는 <구의 증명>으로 많이 알려졌죠. 도서관에서는 얼마 전에 <구의 증명>을 구입했어요. 오래 전 책임에도 예약이 걸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더라고요.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작가는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림책>
<할머니네 집지킴이> 이상교 / 엔씨소프트 / 2023
이 책은 2023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된 책입니다.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를 살펴보다 발견했어요. 실제로 전시에서 책을 보고 왔는데, 한국적인 일러스트가 굉장히 인상 깊어 수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새책으로 나온 <할머니네 집지킴이>를 1층 그네에 앉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아이를 보았답니다. 엄청 뿌듯했던 순간이었어요.
<한번 넘겨 봐> 박종진 / 천개의바람 / 2023
<한번 넘겨 봐>는 참여형 그림책입니다. 책 속 동물들과 독자가 책장을 넘기는 대결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요. 개미, 개구리, 뱀 등등 다양한 동물들이 나와 힘 자랑을 합니다.
예비사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뜰아래에서 그림책 읽기를 해요. 그 시간에 아이들과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수서하게 된 책이랍니다.
<여행>
<슬라브, 막이 오른다> 김주영 / 파롤앤 / 2022
<슬라브, 막이 오른다>는 슬라브 문화권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러시아 문학과 연극을 전공한 저자가 꼼꼼하게 그 지역의 이야기를 다뤄주고 있어요.
느티나무도서관 여행 서가에는 '테마여행' 코너가 있습니다. 제 기준으로 보았을 때, 느티나무도서관에서 가장 다채로운 서가라는 생각입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여러 분야의 여행을 살펴보는 것이 참 재미있어요. <슬라브, 막이 오른다>도 당당히 테마여행 코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내식 먹는 기분> 정은 / 사계절 / 2022
여행 분야에서는 에세이를 종종 수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여행지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기내식 먹는 기분>은 제목에서부터 강렬하게 끌렸던 책입니다. 제목부터 여행 가는 설레임을 주는 책은 처음이었어요. 작가가 15년 동안 세계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생활을 했다고 해요.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나라를 경험한 작가의 삶이 궁금했습니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 황윤 / 책읽는고양이 / 2021
관심있는 시리즈를 꾸준히 살펴보기도 합니다.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는 제가 좋아하는 여행 책이에요. 역사학자인 저자가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줍니다.
느티나무도서관 여행 서가에는 '제주도' 코너도 있습니다. 책 권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죠. 그래서 제주도 여행 책을 살펴보던 중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을 발견했어요. 관광지로만 알고 있는 제주의 새로운 모습을 접했습니다. 제주 역사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엄청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에요.
이렇게, 예비사서의 수서 과정과 수서한 책을 소개해 봤습니다. 수서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수서한 책을 재미있게 봤다는 이용자를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여러 분야의 책을 잘 살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느티나무도서관 1층에 새책이 전시됩니다. 수서 회의를 통과해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은 모두 1층 전시대를 거쳐요. 새책이 보고 싶은 분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도서관에 오셔도 좋겠네요ㅎㅎ
그럼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