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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 #06] 느티나무도서관, 마실커피를 만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4-08-02 조회수 : 676

애정의 공간, 마실커피 장일문 사장과 박채윤 부매니저를 만나다.

* '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은 느티나무도서관이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지역 주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입니다.


 

수지구청 옆으로 골목의 분위기와 사뭇 달라 눈에 띄는 앤티크한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풍기는 인센스와 커피 향, 그리고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직원들, 이 모든 게 잘 어울리는 공간 ‘마실커피’에 다녀왔다.

이곳을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만든 장일문 사장님, 마실커피 ‘금주의 도서’ 코너를 운영하는 박채윤 부매니저님과 대화를 시작했다.

 

느티나무도서관과 함께

“느티나무도서관 2호점이냐는 질문도 들었어요”



마실커피와 느티나무도서관의 인연은 14번 째 컬렉션 버스킹 <골목을 바꾸는 작은 가게들>(2023.7.24~ 8.4)로 시작되었다.

<골목을 바꾸는 작은 가게들>은 수지구청 골목에 위치한 작은 가게에 컬렉션을 비치해 방문하는 손님에게 책을 건넬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장일문 님에게 ‘컬렉션 버스킹’은 생소한 활동이었지만, 카페와 책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카페에 책을 두려고 했지만 관리의 어려움이 있어 망설이고 있었던 터라 컬렉션 버스킹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컬렉션 버스킹을 끝난 뒤에도 서가를 꾸준히 채웠더니 손님들에게 여러 질문을 받았다.

“느티나무 2호점인가요?”, “여기서 반납해도 돼요?” 등 느티나무도서관 관련 질문이 많았는데 특히 이곳에서 느티나무도서관의 흔적을 발견한 손님들은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책은 어떻게 고르는지?

“책을 읽을 때 감정에 몰입하는 순간이 정말 소중해요”


 

현재 마실커피에는 박채윤 님의 손길이 닿은 ‘금주의 도서’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 전, 가게를 둘러보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보며 ‘수서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박채윤 님은 먼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책을 읽을 때 감정에 몰입하는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며 책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래서 개인적 흥미를 바탕으로 손님의 기호를 고려하여 책을 선정한다고 했다.

 박채윤 님이 수서를 시작하기 전에는, 장일문 님이 직접 책을 선정하고 가게에 책을 두었다.

처음 책을 두기 시작했을 때는 건축학을 전공한 사장님의 관심사로 가득했다. 박채윤 님이 수서를 시작하며 지금은 책과 분야가 다양해졌다.

장일문 님도 지금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서로 이용하는 관계라고 농담을 건넸고 이어 박채윤님도 장일문님이 깔아주신 멍석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며 농담으로 받았다.

 

누군가의 선물

<첫사랑>_향돌(부크크)


 

카페에 책을 두고 생긴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했다.

장일문 님은 박채윤 님을 가볍게 툭툭 치고 ‘그거 말해줘’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랬더니 박채윤 님은 향돌 작가의 시집 <첫사랑>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사랑>은 누군가에게 편지 쓸 때 참고하고 싶어 보게 된 시집이었고 다른 도서관에서 8번 연속대출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절판된 책이라 구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의 지원으로 중고서점에서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첫사랑>을 감상과 함께 ‘금주의 도서’ 코너에 비치하자 며칠 뒤 알 수 없는 선물이 왔다. “누군가 선물을 주셨구나”라 생각했는데 열어보니 향돌 작가의 친필 싸인이 담긴 새로운 시집이었다.

작가님이 직접 시집을 보내주셨다. 아마 우연히 보신 거 같다며 정말 소중한 경험이자 추억이라고 말했다. 

눈을 반짝이고 미소를 띄우며 말하는 모습에서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중함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업사이클링으로 카페를?

“폐목재로 재활용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업사이클링 개념이 생소했을 때, 폐목재를 업사이클링해 마실커피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마룻바닥을 그대로 가져와 카페 바닥으로 사용하고, 어딘가의 나무 문을 다듬어 천장을 만들었다. 

장일문 님은 약 1년동안 카페를 만들었으며 직접 만든 공간이다 보니 애착심이 크다. 

카페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때 포기를 생각하다가도 공간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감정으로 만들었는지 하나하나 다 생각이 나 포기할 수 없었다며 카페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마실커피는 방언으로 마을, 동네를 뜻하는 마실을 사용함으로써 동네의 중심이 되는 동네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되고싶다고 한다. 

장일문 님은 소속감이 없어진 현대사회에 우연하게 마실커피를 만나고 그 안에서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만나 소속감을 들게 하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공간 또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모아 조화롭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가게를 다시 둘러보니 의자, 책상 모두 사용한 목재가 각각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지각색 사물이 어울리는 가게, 각자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어울리는 카페! 

마실커피는 이미 동네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이자 소속감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불규칙성 속 규칙성

“사람의 손길이 닿아 공간이 살아나는 것을 보았어요”


 

장일문 님은 처음에 책을 공간을 꾸미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 사람의 손길이 닿자 공간이 살아나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여기저기에 꽂으면서 공간을 변화시키는 모습이 재밌었다. 손길이 닿으면서 규칙성은 사라졌지만 그것이 곧 불규칙성 속 규칙성 같다고 한다. 

박채윤 님은 마실커피가 본인의 꿈이 이뤄지는 공간이라고 했다.

과거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람들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고 추천해주는 경험이 너무 재밌고 소중했는데 이곳에서 자신의 추천 목록이 담긴 서가를 운영하며 꿈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마실커피는 누군가의 마음가짐을 바꾸고 꿈을 이루고 있는 공간인 것이다. 

 

 

금주.. 아차찻! 마실커피의 도서!

 

<삶이 있는 도시 디자인>_얀 겔(푸른솔)

장일문 님은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왜 만나야하는지, 또 왜 그런 공간이 필요한지,

대한민국 도시에 필요한 내용을 재밌게 담고 있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도시디자인과 공동체 생활은 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마실커피가 추구하는 모습과 맞닿아 있는 듯 하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_김지수, 이어령(열림원)

금주의 도서를 준비하며 항상 책과 함께하는 박채윤 님은 추천 책을 언급하며 본인의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가만히 멈춰있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에 도움받은 책을 소개했다. 어둡고 힘든 시기에 이 책이 와닿았고 힘이 되어 주었으며 인생 2막을 열어주었다.

마실커피 ‘금주의 도서’ 첫 책으로 전시하기도 했다.

 

 

느티나무도서관과 마실커피

“앞으로 함께 할 거니까 계속 소통해요”



 

이날 느티나무도서관과 마실커피는 업무협약을 맺으며 더 깊은 교류를 나누기로 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컬렉션을, 마실커피는 신간을 서로 교환하며 “작은 느티나무"로 운영할 예정이다.

더불어 마실커피는 느티나무도서관에 매달 후원하는 든든한 친구가 되었다.

앞으로 협력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두 공간에 더욱 기대가 된다.

 

공간을 통해 소속감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장일문 님,

책을 사랑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박채윤 님!

동네 사랑방 같은 마실커피에 기대와 응원을 보냅니다~!





 

2024.07.11

인터뷰: 예비사서 권기록, 이지현, 한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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