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콩죽 한 그릇 나누는 날.
많은 눈이 내리고, 녹지 않은 눈이 우리의 발걸음을 쉽게 놔주지 않던 날,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따뜻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 제로쿡을 운영하고 있는 보리씨님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작가의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찾아 읽었다고 합니다. 내용 중 '콩죽'이 가슴에 콕 박히더랍니다. 순간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아마 콩죽이 작품 속 인물들이 고통의 감각을 나누며 다시 살게 만드는 연대의 상징처럼 다가왔던가 봅니다.
그 마음으로 초대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따뜻한 콩죽 한 그릇씩 나누며 작별하지 않고 견딜 기운 얻는 자리 함께하고 싶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어판 제목이 <불가능한 작별> 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이별을 '짓지' 않으려는, 헤어짐을 고할 수도 행할 수도 없는, 아직은 떠나보낼 수 없다는 그 마음을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과 같은 초대였습니다.
식탁 위에 보라색 꽃송이가 자리잡고 함께 행사를 준비한 경민님의 밀랍초가 켜지자 보리씨님의 콩죽이 한 그릇, 한 그릇 테이블을 채웠습니다.
행사에는 유가족 애진 부모님 김남희 신정섭님, 의진 어머니 임현주님, 종원 아버지 임익철님이 방문해주셨고, 이웃들이 함께 했습니다.
콩죽을 먹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으며,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적어내려간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의 일부는 낭독했습니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권리를 알리는 <피해자 권리 매뉴얼>도 낭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공감과 연대가 결국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우리끼리 슬픔을 위로하는 걸로 끝나면 안 되고, 어떤 의로운 힘으로 모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해요. 저는 이태원 참사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봐요.’
- 의진 어머니 임현주님
‘이태원 참사의 기억공간은 단순 추모관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 시민과 관계 맺을 수 있는 공간,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 애진 어머니 김남희님
유가족 중 한 분은 경복궁 6번 출구로 옮겨진 ‘별들의 집’을 찾아 함께 기억을 이어가고, 찾아가고 기억을 나누는 일에 함께 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정치와 제도에 관심을 갖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상이 멈추고, 마음이 무너져 내린 아픔 가운데서도 이 아픔이 기억되어 다시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궂은 날씨에도 이웃의 초대에 흔쾌히 응답했던 발걸음, 콩죽 한 그릇을 말끔히 비우고 담았던 미소들, 우리의 공감과 연대가 불가능한 이별을 붙들고 또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을 믿습니다.
별들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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