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도서관 한복판에서 2025년 두 번째 마을포럼을 열었습니다.
이주민 인권을 주제로 이웃들과 고민하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김현미 문화인류학자의 진행과 함께,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이하 모이센터) 대표, 레지나 디 비타비트(이하 레지나) 이주민 인권활동가가 레퍼런스 패널로 목소리를 더해주었습니다.
마을포럼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포럼의 시작을 알리며 ‘파주 이주민 문학회’의 이이즈카 사야카 님이 시 <경계>(이이즈카 사야카)를 낭독했습니다.
✦ 사전질문 Q&A
# 사전질문 1
Q. 이주 노동자는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되나? 고용허가제, 계절근로제가 무엇인지 알고싶다.
고기복(모이센터 대표)
한국의 외국인력 정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고용허가제’, 영어로는 ‘EPS(Employment Permit System)’라고 한다. 아시아 주요 17개 국가에서 정부와 정부의 MOU(양해각서, 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통해서 한국에 들어온다. 3년 계약을 해서 들어오고, 고용주가 같이 일해 보니 쓸만하다고 판단하면 1년 10개월을 연장해 준다. 그리고 잠시 본국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4년 10개월을 일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우리가 고용허가제를 단기순환 정책이라고 한다. ‘한국에 짧은 간격으로 와서 정착하지 말고 일해라.’라고 하는 뜻에서 단기순환정책, 외국인력 정책이라고 한다. 고용허가제가 가장 비난받는 점은 사업장 이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이직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굉장히 제한적으로 1)회사가 망하거나 2)임금이 3개월 이상 체불되거나 3)고용주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그 증거들이 명확히 있거나 이런 식의 구체적인 사유가 있을 때 한해서 회사를 옮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주 인권 진영에서는 고용허가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조금 더 노동자 친화적인 ‘노동 허가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레지나(이주민 인권활동가)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단기 일자리 프로그램으로, 필리핀이나 다른 나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농사일 등을 하며 일하는 제도다. 보통 약 5개월 정도 일하고, 경우에 따라 3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 간 협력으로 진행되고, 각 지역의 지방정부단위(LGU, Local Goverment Unit)를 통해 운영된다. 처음에는 필리핀의 이주노동자부(DMW, Department of Migrant Workers)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자 발급도 빠르고 쉽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 브로커들이 끼어 있는 경우도 많다. 이 브로커들은 LGU와 노동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가처럼 행동한다. 노동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대부분의 경우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의 절반 정도를 브로커들이 가져간다. 그러다 보니 계절근로자들은 하루에 12시간, 혹은 그 이상을 일해도 실제로 받는 돈은 매우 적다.
김현미(문화인류학자)
브로커가 월급의 50%를 뗀다. 그리고 한국에 오기 전부터 은행 계좌를 열라고 한다. 그 계좌에서 월급이 자동으로 나가기도 한다. 현대판 노예제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움직일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다. 한국에 이주노동을 하러 갔는데 한국을 전혀 알 수도 없고, 착취를 당하고, 돈을 빼앗기고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모르는 척하고 있다.
# 사전질문 2
Q. 동네 현수막을 보면 특정 정당의 현수막에 ‘중국인들이 비자 발급을 남발하면서 한국에 몰려와 돈을 빼간다.’라는 식의 외국인 혐오가 너무 많은데요. 도대체 왜 이런 현수막을 붙이는 건지, 왜 한국에 이런 정당이 존재하는 건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궁금합니다.
고기복(모이센터 대표)
지난 12.3 내란 이후에 한국 사회에 굉장히 편만하게 드러나고 있는 표현들이 있다. 광화문에 가면 ‘CCP(중국 공산당, Chinese Communist Party) 아웃!’ 같은 피켓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고,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게 일부 정치인들의 문제인지, 아니면 거기에 동조하는 많은 시민들이 있는 건지 그 비율은 정확히 모르지만 점차 증가하는 부분에 있어서 한국 사회가 굉장히 우려할 만하다고 본다. 이런 혐오 표현, 정확하게는 ‘혐중 표현’을 부추기는 분들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 정치적 갈라치기. 중국에 대한 혐오를 부추김으로써 보수세력을 결집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부분들도 있고, 내외국인 갈라치기로 인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정치 집단들은 향후 극우화될 여지가 많다. 우리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엄중하게 살펴야 될 것 같다.
# 사전질문 3
Q. 조금은 낯설지만 친해지고 싶은 이웃과 ‘스몰토크’하는 법이 궁급합니다.
레지나(이주민 인권활동가)
사실 우리 모두 처음엔 낯선 사람이지 않나. 물론 이 공간 안에서는 이제 친구가 되었지만, 원래는 다 낯선 사람이었다. 이건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를 떠올려보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타야 할지도 몰랐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간단하게 "안녕하세요" 또는 "실례지만, 질문 좀 해도 될까요?" 이렇게 말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거였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길을 물어보면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간단한 인사 한마디에서 긴 대화가 이어질 수도 있다. 피부색이 다르든, 국적이 다르든,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냥 "안녕하세요" 한마디로 모든 게 시작될 수 있는 거다.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고,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게 아닐까?
✦ 현장질문 Q&A
# 현장질문 1
Q. 최근에 필리핀 가정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요. 평소에는 ‘굉장히 값싼 노동력이 들어오나 보다’라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이 주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김현미(문화인류학자)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어떻게 광고되는가? 200만 원을 받는다고 알려진다. ‘싱가포르, 홍콩에서는 100만 원 받는다며, 근데 왜 우리만 그렇게 이주자 인권을 중요시해?’ 이런 생각을 많이 하셨을 거다. 현재 한국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관리사분들은 출퇴근형 제도다. 그래서 플랫폼 가사 제공업체가 집을 매칭을 해주는데, 그 매칭해 주는 업체가 왜 여러분들 이렇게 플랫폼으로 가면 ‘몇 시간 쓰고 싶어요.’라고 하는 그 업체 있지 않나. 역삼동 근처에 기숙사에서 같이 기거하시면서, 주로 강남이나 용인까지 오신다. 그걸 계산해보면, 기숙사비가 50만 원, 최저임금을 주기 때문에 소득은 시간당 1만 3천 원이다. 그런데 중간에 노동 현장을 매칭해 주는 업체가 4,800원을 뗀다. 교통비, 식비는 다 본인이 부담한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받는 돈이 85만 원이다. 200만 원 아니다. 그런데 이게 또 왜 문제냐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가사 관리 근로자도 근로자라는 걸 인정한 법이 통과됐다. 한국에서 이제까지 파출부라고 불렀던 분, 아니면 도우미라고 불렀던, 이모님이라고 불렀던 분들이 근로자로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그 법이 통과되자마자 필리핀 분들을 모셔서 내국인과 외국인을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돌봄 노동의 가격을 낮추게 하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다.
고기복(모이센터 대표)
예전에 땅콩 회항 사건 알고 계시는가? 대한항공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벌금을 무는데, 불법 고용으로 인한 벌금을 문다. 필리핀 입주 가사 도우미들을 고용한 게 들통이 나서 벌금을 문다. 그만큼 상류층에서는 이미 외국인들을 고용해 왔다. 그런데 이게 합법이 아니라 편법을 쓰다 보니, 편하게 쓰고 싶은 마음에 아마 정치인들을 굉장히 푸시했던 것 같다. 이 제도를 추진하면서 샘플로 삼았던 곳이 싱가포르, 홍콩, 대만 이런 곳이었는데, 이곳은 구조적으로 입주 가사 도우미다. 가사 도우미가 집에 들어가서 살면서 일을 한다. 근데 한국에서는 그런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교통편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한다. 이 제도를 설계하면서 입주냐 통근형이냐도 고려하지 않았는데, 한국과 필리핀 정부 사이에 소통의 오류도 있었다. 한국은 영어로 표현할 때 domestic worker, 가사 노동자라고 했고, 필리핀에서는 care giver, 돌봄 노동자라고 했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달랐다. 그래서 양 국가에서 이 노동자들의 자격 요건에 대해서부터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필리핀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는 해외 이주노동자부 장관을 만나서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그쪽에서 굉장히 놀라면서 하는 말이 “이 부분들에 대해서 서울시 측에서 명확한 입장을 안 주더라.”였다. 그럼 어떻게 진행된 걸까? 한국에서 갑질을 한 거다. ‘너희들 이거 샘플을 안 보내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게 굉장히 늦춰질 수 있다. 불편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시험 사업이 끝나고 나서 한국 정부, 필리핀 정부 측 양쪽에서 가사 노동자들로부터의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양쪽 다 통제된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나온 것들을 보면 필리핀 같은 경우에는 ‘가사 노동자들이 복지 문제에 대해서 크게 문제 제기를 안 했다.’라고 답변을 했다. 다만 ‘업무 내용과 그 급여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다.’라고 했는데, 우리가 그 자료를 놓고 보면 실질적으로 복지 문제에 대해서 은밀하게 답변하시는 분들은’불만을 갖고 있었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드러나는 보고서들이 사실을 다 말하지는 않는 부분이 있고, 이게 돌봄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 격차, 어떤 임금 투쟁을 하게 정치인들이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런저런 원칙들을 시민사회가 내주는 게 맞다고 본다. 가사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주면 좋겠다.
# 현장질문 2
Q. 고모가 도시 외곽의 중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시는데, 학생들의 3분의 2가 외국인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만큼 한국에 이주민들이 많고, 실제로 농업을 비롯한 노동의 대부분을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해주고 계시는데 이주민들이 한국에 끼치는 엄청난 영향력에 비해 저희는 왜 그들의 삶에 대해 많이 알기 어려운 걸까요?
고기복(모이센터 대표)
아마 변두리에 있는 외국인들이 단순히 외국인이 아니고 결혼 이주를 배경으로 하거나 또 학생들의 부모 양쪽 중의 한 분이 외국계일 것이라고 본다. 특히 농업 분야에 왜 외국인들이 많냐는 질문을 주었는데, 당연한 거다. 한국이 저출생, 초고령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냐면, 농정으로 풀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농촌에서 살 수 있게 농민 기본 소득도 보장해 주고, 농촌의 환경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도 개선해 주고, 유통업법 그 과정도 개선해서 농민들의 실질적인 소득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한국은 인건비에서 이윤을 남기는 것으로만 떠넘기는 거다. 결국 인건비가 싼, 최저임금으로 계산할 수 있는 이주 노동자들을 불러오는 거다. 또 농어촌이 기본적으로 외진 지역이다 보니 언론의 집중을 좀 덜 받아 이런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는 경향들이 있다고 본다.
레지나(이주민 인권활동가)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에 대해, 아마 어떤 한국분들은 우리의 삶이 어떤지 잘 모르실 거다. 사실 이곳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언어 장벽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까 서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외국인을 무시하는 시선도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외국인으로, 이주민으로 살면서 우리도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한국인들은 아직도 우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회 안에서, 이 공동체 안에서, 받아들여지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이곳에서 일을 하고,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들도 외국인 직원들의 삶이 어떤지 조금 더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삶이 어떤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알려주셨으면 한다. 특히 처음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말도 잘 못 하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이런 부분을 한국 사회가 조금만 더 이해해 줬으면 한다.
# 현장질문 3
Q. 최근에 인스타 릴스를 보면 아름다운 베트남 여성이 남편으로 지정된 한국인을 만나는 장면을 낭만적인 다큐처럼 찍은 영상이 국제 결혼 업체 홍보 영상으로 올라오더라고요. 제가 그걸 보면서 계속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게 법적으로 한국에서 가능한 사업인가? 이 불편함의 정체가 뭘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관련해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고기복(모이센터 대표)
결혼은 사적 영역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사적 영역에 대해서 깊이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제결혼에 대해서 사실상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많이 개입하지 않는 경향들이 있다. 다만 소개업 같은 경우에, 저개발 국가 베트남이나 필리핀 이런 곳에서 소개업을 통해서 결혼을 할 때 일정 부분 규제를 두긴 한다. 예전에 현수막에 ‘외국인 매매’ 비슷하게 해석되는 부분들에 대해 규제를 두고 있는 정도다.
레지나(이주민 인권활동가)
나도 틱톡이나 페이스북에서 그런 광고를 봤다.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을 원하는 광고들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우리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국제결혼을 원하는 거다. 외국인과 결혼하면 아이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 외국인인 우리도 당연히 아이를 갖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런 결혼은 대부분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그 업체들은 돈을 받는다. 외국인과 결혼하면 돈이 오간다는 식의 광고도 있다. 그래서 어떤 외국인들은 더 나은 삶을 원해서 한국인과 결혼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물론 한국인도 결혼할 때 중개업체에 돈을 지불한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다는 거다. 한국 남성도, 외국인도 서로 알아가야 하고, 서로에게 맞춰야 하니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결혼해서 한국에 오면 많이 힘들어 한다. 결혼중개업체들이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 와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결혼이 서로에게 좋은 만남이 돼서,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김현미(문화인류학자)
국제결혼이 사적인 문제가 아닌 게,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에서 기획한 거다. 그래서 상업적 중개업을 통해서 하는, 초국적 상업 브로커들 사이의 연관이다. 만약 한 명을 성혼시키면, 450만 원 정도가 떨어진다. 그걸 국가가 보조해 줬다. 오랜 기간 동안 농어촌 지역의 인구 감소나 결혼 시장에서 남성들의 어려움 때문에 국제결혼 중개를 지원하는 조례가 모든 군에 있었다.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는데 다행히도 이번에 ‘국제결혼 중개 지원 조례’가 폐지됐다. 이게 단순히 상업적인 성격이 굉장히 크고, 한국 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그러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됐을까? 한국에 들어와 보니까 어떤 생각을 하실까? 아기 낳아서 기르고 교육하기가 너무 힘들다. 너무 돈이 많이 든다. 국제결혼으로 오신 분들이 애기 낳으러 온 거 아니지 않나. 자기 삶 자율의 의미, 행복의 의미를 추구하면서 온 건데, 우리가 외국인을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적 관점으로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해 있는 거다. 이런 부분에서, 여성들은 한국에 와서 정말 열심히 자기 이주의 목적과 동기를 실현하고자 애쓰고 있는데, 너무 많은 슬픔과 애씀이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 포럼을 마치며
“사는 모습은 달라도 사는 이치는 같다.”
고기복(모이센터 대표)
한국 '인신매매' 조사 나선 미국…추가 제재 우려(SBS 뉴스, 2025.04.20)
우리가 이주민 노동자 이야기를 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냐고 묻는다. 저는 “사는 모습은 달라도 사는 이치는 같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을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노동자들을 수단으로만, 노동력으로만 본다. 그러다 보니 저 같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하면 최저임금 안 줄까만 연구하는 것 같다. 정치하시는 분들이나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에게 이런 부분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난 1월, 이 뉴스가 나오기 전에 미 대사관에서 “미 국무부에서 인신매매 보고서 작성 팀이 온다. 인터뷰해 주겠냐.”라고 연락이 왔었다. 사실 미 국무부에서 매해 그런 연락이 오긴 하지만, 저희 같은 사람들은 미 국무부에 무슨 선한 것이 있겠느냐 하는 심정이 없지 않아 있어 잘 안 간다. 이 보고서들이 약간 편향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작년에 보니까, 계절노동자 문제가 제대로 안 떨어진 것 같아서 올해는 그 이야기를 하려고 갔다. 그런데 이야기를 해보니 이 사람들이 제도 이해가 좀 부족했다. 고용허가제와 계절 노동자를 헷갈리고 그런다. 그래서 인터뷰 할 때마다 시정해 줬는데, 다 쓰고 나서 본인들이 제대로 썼는지 리뷰해 달라고 초안을 보내왔다. 리뷰 부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또 교정을 해주고. 이 사람들이 거의 마지막에 나한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계절 노동자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나?”. 나는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최소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에서 권고한 대로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또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그런 정책들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벌칙 조항이 있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그다음 답변에 “벌칙 조항은 CBP에 신고해.”라고 하면서 신안 염전을 규제한 행정명령을 딱 찍어서 포털 링크를 바로 걸어놨더라. 그 이후에 CBP(미국 세관 국경 보호청,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에서 신안 염전에 대한 수출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미국은 인신매매 보고서를 CBP에 매해 올려놓는다. 언제든지 자국 이익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카드인 거다. 이건 무슨 뜻이냐, 한국이 계절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내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 인권 보호를 안 하면 미국 같은 선진국은 언제든지 칠 준비가 되어있다. 실질적으로 유럽 같은 경우에는 2027년부터 공급망 전체에서 인신매매(내가 지금 인신매매라고 하는 것은 강제노동과 성매매를 의미한다), 강제노동 요소가 있으면 제재를 가하겠다고 법이 시행된다. EU뿐만 아니라 호주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이제 국제사회로부터 이주 노동자 보호에 관한 압박을 받는 거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인권 보호야말로 나라가 잘 사는 길이고,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본다.
“Let us build a world here where no one is illegal and everyone belongs.
(우리가 세상을 함께 지을 수 있게 해주세요. 불법이 아니라, 이곳에 속한 사람으로서요.)”
레지나(이주민 인권활동가)
제 남동생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4월 18일쯤, 동생이 고용주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서 노동청에 가서 고소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노동청에서 조사받고 나와서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고용주가 경찰을 부르라고 저한테 연락을 했어요. 이유는 제 동생이 비자가 없고, 서류미비자였기 때문이죠. 사실은 고용주가 돈을 주기 싫으니까 그런 거예요. 그래서 경찰이 와서 결국 동생을 출입국관리소에 넘겼고, 지금은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이유는, 저 자신이 단지 이주노동자로서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 살아가기 위해, 분열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상처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손잡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볍게 고향을 떠난 게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처럼 익숙한 거리, 언어, 가족을 뒤로한 채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저희를 떠나게 한 건 야망이 아니라 절박함이었습니다. 전쟁, 분노, 박해, 무너진 경제, 기후 재앙 같은 것들이 저 같은 사람들을 국경 너머로 떠밀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건 따뜻한 시선이 아니라 의심이고, 정의가 아니라 벽입니다. 우리는 안전을 찾아왔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습니다. 정치적인 소재로 이용되고, 숫자로만 취급되며 인간성을 잃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숫자 하나하나 뒤에는 살아 있는 심장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이, 학생, 농부, 그리고 꿈꾸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주민의 권리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인간의 권리이고, 민주주의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민주주의는 이런 권리가 무시되는 곳에서는 자랄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강자뿐 아니라 약자를 지켜주는 법의 원칙이고, 아직 투표권이 없더라도 이 땅에서 살아가고, 일하고, 기여하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주민이 여러분의 밭에서 농사를 짓고, 도로를 만들고, 부모님을 돌보고 있다면, 그들은 낯선 이가 아니라 이 사회의 일부입니다. 법적으로는 시민이 아닐지라도, 이미 행동으로는 시민입니다. 만약 민주주의가 우리를 배제한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나요? 두려움이 사람을 갈라놓고, 국적이 무기가 되고, 국경이 위험이 되는 그런 사회인가요? 아니면 인간의 존엄을 서로 인정하는 사회, 이주민, 노동자, 서류 없는 이들, 잊혀진 사람들의 목소리도 포함되는 그런 민주주의를 원하나요?
정책을 만드는 분들께 말하고 싶습니다. 감옥이 아니라, 길을 만들어주세요.
언론에는 부탁드립니다. 우리를 편견이 아니라 이야기로 전해주세요.
모든 시민들께도 전하고 싶습니다. 정의를 향한 싸움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는다고요.
이주민의 권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증거이고, 민주주의의 심장입니다. 우리는 자선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참된 정의를 요구하는 겁니다. 그냥 참아달라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 이웃으로,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다는 겁니다.
우리가 세상을 함께 지을 수 있게 해주세요. "불법"이 아니라, 이곳에 속한 사람으로서요.
‘세상을 여는 창’에는 사서들이 이주민, 이주민 인권을 주제로 고민하며 꾸린 <당신은 나를 ___이라 부르네> 컬렉션을 전시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모아주신 간식은 모두가 함께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포럼을 정리하며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센터’에서 직접 만들어주신 ‘필리핀 음식’을 함께 먹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상 속 ‘낯설지만 친해지고 싶은 이웃’을 마주하고, 함께 사는 사회에 관해 고민하며 포럼을 마쳤습니다.
도서관은 이제 함께 나눈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 도서관 바깥으로 떠납니다.
목적지는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7월,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에서 컬렉션 버스킹이 열립니다.
✦ 마을포럼과 컬렉션 버스킹은 도서문화재단씨앗의 후원으로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