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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경기도지하철서재-11월, 지하철로 떠나는 책여행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8-11-16 조회수 : 9,175

늦가을을 즐기고픈 11월,

책과 음악, 낭독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던 <경기도지하철서재> 광교중앙역 풍경을 전합니다. 

 

 

 


주윤아님 첼로 연주로 바쁜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올 가을 세번째 시집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낸 함순례 시인이 '소낙비'를 낭독합니다 

 

 

소낙비

 

빗속에, 빠졌습니다.

 

짙푸른 들녘을 걷는 중이었습니다.

바짓가랑이 치고 들어오는 빗줄기

밤송이에서 볏잎에서 땅콩밭에서

마구 펄떡거리는 초록을 탐하며 걸었습니다

우산이 뒤집히거나 우산을 버린

61세의 여자

52세의 여자

49세의 여자가

 

사람의 마을 깊숙이 정자에 들어 두 다릴 뻗고 주저앉거나

젖은 치마 걷어 올려 물을 짜내거나

빗물 들이치는 난간에 기대어 쏟아지는 흙탕물에 

넋을 놓을 즈음

 

이럴 땐 말이야

늠름한 민소매 시골 총각이 물꼬를 보러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야 이리 와봐 이뻐해 줄게 해볼 텐데...,

무서운 여자들입니다

무서운 여자들이 무서워 길은 적막하고

허름하니 웅크린 지붕들은 갇혀 있고

 

찌질한 놈들아 가라, 우산을 접은 여자들이

세차게 덤벼들고 싶은 놈을 기다리며

야담의 촉수를 높이는 동안

우리의 몰락은 몰락이 아닙니다

소낙비에 기울어진 몸에서도 심장이 파닥거립니다

 

연락주세요 단, 된 놈 될 놈만 받습니다


 

이정록 시인은 순우리말로 된 낱말과 낱말이 만나 만들어진 '겹낱말'들을 동심으로 해석해서 펴낸 <동심언어사전> 중 "남의나이"를 읽습니다. 


 

남의나이

 

환갑이 넘으면

남의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허망하게 죽은 젊은이와

한몸이 되어 황혼길을 걷는다.

다시 맞은 봄으로

사랑을 불태우기도 한다.

 

팔순이 지나면

남의나이를 모신다고 한다.

기저귀 차고 떠난 젖먹이와

둥개둥개 한몸이 된다.

때도 없이 어리광을 부리고

떼쓰기와 삐치기와 사탕을 좋아한다.

아예 똥오줌도 못 가리는

갓난아이로 돌아간다.

 

그래서 영혼은

 

모두다 동갑내기 벗이 된다.

 


 

그리고 최근 수필집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을 낸 서영인 평론가의 사회로 시에 얽힌 에피소드, 삶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가님들을 만나러 멀리 서울에서 찾아오신 팬들, 지하철을 이용하다 발걸음을 멈춘 시민들이 광교중앙역 대합실을 채워주셨습니다.



작가만남을 마치고 책에 사인받는 시민과 눈을 맞추며 안부를 묻고, 책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어준 작가님들.




 

11월27일(화) 오후3시, 정자역 환승통로에서 열릴 '낭독과 첼로 버스킹'

 

11월29일(목) 오후4시, 광교중앙역에서 <대통령의 글쓰기>의 강원국 작가만남&사인회에도 함께해주실거죠^^ 

 


 

 

 

경기도지하철서재

시민의 힘으로 작동하는 열린 도서관입니다.

경기도, 신분당선, 느티나무도서관이 함께 만듭니다.

삶에 말을 거는 컬렉션들이 당신의 모든 순간을 응원합니다.

신분당선 정자역(환승통로), 동천역, 광교중앙역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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