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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5 어쩌다 지혜학교: 다시 만날 세계_광장 이후, 모두의 안녕을 묻다(세션1.돌봄)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5-09-30 조회수 : 95

지난 8월20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 [2025 느티나무 어쩌다 지혜학교]  “돌봄” 세션 강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책 『외로움의 습격』 서문 낭독으로 시작된 돌봄 세션의 첫 강의는 이 책의 저자 김만권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의 <디지털 시대의 능력주의, 그리고 외로움 : 동행하는 기쁨>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가가 의무적으로 보호해야 될 대상을 ‘청소년, 신체장애자, 질병자, 노령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돌봄 비용을 제공하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을 갈라놓았으며, “돌봄을 하는 사람”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노동력 기준이 아닌, 전세대에 걸쳐 돌봄의 개념을 재구축하고, 헌법 수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취업난”으로 고립이나 은둔을 택한 청년들의 현황과 고립으로부터의 탈출이 홀로는 쉽지 않음에 대해, 그리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고,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이어 너무 빠른 발전 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로 중숙련(사무직) 일자리가 감소하고, 청소, 배달, 심부름 등 저숙련 일자리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코로나 이후 양극화를 분배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답니다.

강연자는 특히 이러한 격차를 정당화하는 것이 능력주의이고, 능력주의 사회는 사회적 도움이 부재한 곳이 되기 십상이라며 능력주의 폐해 현상의 심각성과 혼자 살수록, 젊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울분과 외로움의 빈도가 높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동행하는 기쁨의 시작은 “경청과 돌봄”으로, 경청은 ‘타자를 향한 환영’이며, 돌봄은 그 자체로 ‘인권’이라는 설명으로 늦은 시각까지 열강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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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심을 “나의 행복과 다른 사람의 행복이 겹치는 영역을 알아채고 신경쓰는 마음”이라고 정의한 『이타주의자 선언』의 저자이자 두 번째 강연자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강연 주제는 <’나’에서 출발하는 이타심> 이었어요. 

4.16 합창단 테너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담으로 출발한 강의에서 마음으로 다가가는 ‘노래’를 통해서 이어지는 합창을 “민주주의의 학교” 라고 표현하셨는데요. 동일한 악보(약속된 규칙/법률)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규칙에 순응을 한다는 것이고, 자신이 테너인데 베이스처럼 소리를 낼 필요 없이 자신의 음색을 유지하는 것은 내가 나로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비유했습니다. 결국 민주주의는 규칙이 있으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고, 혼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을 합창단 활동을 통해 느끼고 있음을 문학적으로 설명해주셨는데요.

각자도生을 넘어 각자도死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요즘, 인간이 이타적인가? 이기적인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기보다 쉽게 알기 어려운 존재인 타인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은 결국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 나의 확장으로서 ‘우리’라는 말이 자칫 배타적인 주체가 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나온 『520번의 금요일』이라는 책을 통해 강연자 자신은 520번째 사람이었음을 자각했고, 10년만에야 진짜로 세월호에 다가갈 수 있었음을, 그리고 자신을 합창단으로 이끈 단원들이 519번째 사람이었음은 고백합니다. 520번째 사람으로서 521번째 누군가를 이끌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전하며 강연에 참여한 사람들 또한 그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배려는 타인의 마음을 찬찬히 읽어내는 것이자 발견할 수 있는 시선이며, 부정적인 단어로 읽히는 ‘호구’는 “솔선형 팔로워”라는 새로운 시각도 제시했습니다. 다만, 지속성을 위해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피하고, ‘No’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이타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지요.

도서관 운동을 하는 느티나무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도서관의 가치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이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다가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끝맺음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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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강연은 마을에서 이타심을 실천하고 계시는 “동네를 돌보는 마을약사” 박상원 님을 모시고, 약국 밖에서 만난 이웃들,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들과 그 해결법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는지 들어보았는데요.

10개 이상 약물을 60일 이상 복용한 사람 또는 5개 이상 약물을 90일 이상 복용한 사람을 “다제약물 복용자”라고 정의하는데,
현재 한국은 200만명 이상이고, 그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은 다제약물 복용 고령자의 비율이 OECD평균(48.3%)보다 높은 68.1%라고 합니다.

약사로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서비스 정책에 맞춰 약국과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문약료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는데요. 먹고 있거나 보관중인 모든 약들을 살펴보고, 약 사용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결핍, 빈곤, 고립, 우울 등의 위기신호를 발견했던 경험 공유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기도 했답니다. 이러한 약사의 전문직능을 활용해 지역주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더 나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로 만든 사단법인 <늘품가치>의 대표이기도 한 강사님은 복지관 등 지역의 다양한 조직과의 협력을 강조하셨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약에 대해 “사용기간이 지난 약 또는 보관 환경은 양호한지(보관), 약을 먹으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부작용), 무슨 약인지 아는지(복용약에 대한 올바른 이해), 처방에 따라 잘 먹고 있는지(복약이행도), 약을 올바르게 버리고 있는지(미사용 의약품 폐기)”의 5가지 문제에 대해 세세히 짚어주었는데요. 자신 또는 가족이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에 대한 강의 참여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사회자가 정리하지 않았다면 밤을 새울 정도로요^^

방문약료를 위해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라는 마지막 질문에 강사님은 이렇게 답변을 하셨답니다.
돌봄은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수 없는 주제이기에 지역사회에서 관계 맺고 싶어하는 지점을 찾고,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에 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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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세션의 마지막 강의 <돌봄과 로컬리티>를 맡아주신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 연구원 조희정 님은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일방향의 헌신’이라는 개념보다 능동적이며 쌍방향으로 이뤄지는, 그래서 둘다 ‘행복한 관계’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온 속에서 최근 8여 년 동안 지역문제에 천착해 왔다고 합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농촌 60% 이상), 시니어 1,700만의 초고령화 시대에 시니어 구직난, 하우스 푸어, 치매&중증 의료 급증, 노인 1인 가구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커뮤니티 케어의 공백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A,B,C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 [고령•치매 친화 지역 수준 17개 지표]를 토대로 물리적환경(C)의 개선은 국가의 영역이고, 참여&커뮤니케이션(B)은 지역단체의 영역임을 설명하면서 느티나무 도서관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것은 초록색 부분이라고 짚어주셨답니다.

수도권 사람들이 지방에 대해 갖고 있는 지역낭만론, 지역폄훼론, 지역모방론 등의 편견과 출향민, 관광, 지역상품 구매자, 두지역 거주자 등 “관계인구(생활인구)”를 만드는 연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핵심주체(주민)’와 ‘공적조력자(공무원+중간조직)’와 ‘관계인구’가 <관계형성 프로젝트>를 통해 돌봄이 포함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시도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전해주셨는데요. 즉, 지역자원 발굴을 통해 지역살이를 공감하고, 지역상품 생산 및 지역사람을 연결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권(생존, 건강, 주거, 이동, 학습,문화, 노동, 참여)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길은 가치가 선순환하는 행복한 지역, 웃으며 여유로운 지역에 있으며, 그 시작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가에서 시작
해야 한다며 "살만한 지역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행복해야 한다”라는 말로 강의가 끝맺음 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실질적인 사례에 대한 궁금증이 유독 컸는데요. 문화정책으로 지역 활성화를 꾀한 ‘홋카이도 히가시카와’ 사례에서부터 노령 인구의 일자리 창출로 노인들이 건강해져서 보건소 및 병원이 문을 닫은 사례까지, 해외와 국내(태백, 남해, 영암, 홍성 등) 사례들이 넘나들었고, 참여자 각각 자신의 소개와 함께 돌봄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이어가며 한달동안 진행된 돌봄 세션을 치맥^^과 함께 마무리했답니다.

이번 어쩌다 지혜학교 <세션2.민주주와 좋은삶> 은 현재 진행중이며, 10월 15일(수) 마지막 강의로 대단원의 막이 내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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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권, 최태현, 조희정 님이 '직접 쓰고, 한글로 옮긴 책'들이 느티나무에 많답니다. 도서관에 오셔서 세 강사님이 쓰신 책들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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