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목소리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자원활동가 sook 님을 만나다.
* '느티나무가 만난 사람들'은 느티나무도서관이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지역 주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금요일, 늦은 4시 30분 느티나무도서관 뜰아래에서는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가 펼쳐지면 숲속 깊은 곳이나 해변으로 가기도 하고, 용감한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재미난 이야기로 이끄는 그림책 자원활동가 sook 님과 만났다.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인터뷰이(sook)와 그의 아들(쥰)은 닉네임을 사용했습니다.
마음 나눌 공간을 찾아서
“바야흐로.. 6년인가?”
바야흐로 6년 전, sook 님은 연고 하나 없이 용인으로 이사를 왔다. 서울에서 보다 넓은 집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마음 붙일 공간의 부재로 갑갑함과 공허함을 느꼈다.
마침 도서관을 좋아해서 찾은 느티나무도서관에서 관장님과 사서들 모두가 sook 님을 반겨주는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감동했다고 한다.
게다가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아들 쥰을 키우며 고민도 많았다.
그 시기에 사람들을 만나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느티나무 덕분에 고민을 덜 수 있었다며 sook 님은 당시를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쥰이는 거의 여기(느티나무 도서관)에서 키웠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도서관을 찾게 됐다.
느티나무도서관 부관장으로 임명합니다
sook 님의 아들인 쥰이는 자타 공인 느티나무도서관 부관장이다.
관장님은 도서관 아랫마당에 대나무 잎이 많이 떨어져 있어 바쁜 와중에 항상 치우곤 했다. 그런 관장님의 모습을 본 쥰이는 어느새 나뭇잎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아랫마당 대나무 잎 치우기는 쥰이의 담당 업무가 됐고, 관장님이 직접! 쥰이를 부관장으로 임명했다.
sook 님은 쥰이가 더 어릴 때 또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검사를 받은 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사회성 부분에서 경계선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사실을 알고 전문적인 손길을 받으며 많이 좋아졌는데, 이때 sook 님은 도서관이 따뜻하게 맞아주고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어 도서관 덕을 많이 보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또, 예비사서들에게 쥰이와 잘 놀아주어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혹시나 사회성 없는 행동을 하면 바로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음을 돌려주는 그림책 읽어주기
“제가 받았던 마음을 돌려주고자 시작했어요”
느티나무도서관을 오가며 자원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시작하지 못했다.
쥰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4시 30분에 하는 ‘그림책 읽어주기’를 좋아했다.
sook 님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시간은 쥰이를 한 걸음 떨어져 볼 수 있고, 그 시간 동안은 잠깐의 쉼을 가질 수 있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sook 님은 그때 받았던 마음, 추억을 돌려주고자 그림책 읽어주기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그림책 읽어주기’ 활동을 시작했을 때 같이 읽자고 권유하고, 사람을 모으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자원활동가와 이용자를 잇는 하나의 매개체가 필요했다. 친숙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책을 읽는 팻말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 팻말은 지금도 예비사서와 다른 자원활동가들도 사용하며 ‘그림책 읽어주기’ 시간을 알리는 상징이 되었다.
sook 님은 ‘그림책 읽어주기’ 시간을 함께 했던 단골손님 어린이를 기억하며 다시 와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림책 읽어주기’ 시간이 되면 스스로 책을 골라 옆에 찔러주던, 집중해서 함께 읽던 어린이인데 최근에는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 화, 수, 금 늦은 4:30 뜰아래(B1)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진 이야기 활동가가 날마다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별도의 신청 없이 도서관에 오는 모두가 들을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골라볼까?
“아직 알아가고 있어요”
매주 화요일에는 예비사서가 그림책을 읽는다. 이 시간만큼은 예비사서도 이야기꾼이 되는데, 무엇보다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림책 선정에 조언을 얻고자 한 질문에 sook 님은 웃으며 아직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sook 님은 그림책 선정에 아직 뚜렷한 기준은 없다고 말하며 쥰이랑 읽었던 그림책이나 나누고 싶은 그림책은 소장 중인 책이라도 직접 가져온다고 했다.
아직은 쥰이와의 기억으로 툭툭 고르지만, 얼른 고르는 기준을 정해야겠다는 마음을 비쳤다.
아이들은 무섭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니 긴장감 넘치는 그림책, 그날의 날씨나 계절감을 담은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아직 기준이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조근조근 자신만의 ‘꿀팁’을 전수해 주었다.
<깜깜한 밤>_도르테 드 몽프레(바람의아이들)
sook 님은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책으로 <깜깜한 밤>을 소개했다. 양면적인 그림체와 이야기의 전개가 매력적인 책이다.
깜깜한 밤,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주인공 팡텡과 함께 무서운 동물들이 숨는 장면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조금은 그로테스틱한 그림이 어우러져 아이들에게도 반응이 좋다고 한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대문
우리 도서관에 놀러와!
느티나무도서관 웹사이트 첫 화면에는 아주 귀여운 그림이 있다.
커다란 지렁이가 “우리 도서관에 놀러와!”라 말하며 도서관을 안내하는 지도이다.
지도 오른쪽 하단을 살피면 sook이라고 적혀있다. 이것 또한 sook 님의 작품이다.
그림 그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sook 님 머릿속에 도서관이 그려져있었기 때문에 각층을 상징하는 요소들도 놓치지 않았다.
눈 감고도 떠오르는 도서관을 신명 나게 슥슥 그린 그림은 어느새 도서관 대문이 되었다.
sook 님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그림을 대문으로 써서 민망하기도 하지만, 새롭게 다시 그려도 더 잘 그릴 자신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도서관은 아주 마음에 든다! 금손의 시선은 다른가 보다.
지구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서관에게
“같이 행복하자고 응원을 보내요”
<구리와 구라>_나카가와 리에코(한림출판사)
마지막으로 인터뷰어의 사심을 가득 담아 예비사서가 떠오르는 그림책을 추천해달라 청했다.
잠시 고민하던 sook 님은 예비사서를 보면 다들 너무 신나있고 설렘 가득한 게 보인다고 한다.
재밌는 일이 생기면 쪼르르 모여서 이야기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마치 숲속의 동물들 같다며 <구리와 구라> 그림책 시리즈를 추천해 주셨다.
예비사서들도 웃으며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덧붙여 느티나무도서관 직원들에게 응원을 건넸다.
sook 님은 느티나무도서관은 지구에서 제일 아름답고 좋은 도서관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아름다운 느티나무도서관과 같이 행복해지고 싶다고 했다.
이용자로 지낼 때는 마냥 즐기기만 했는데 도서관에 점점 애정이 생기니 모두와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졌다.
열심히 일하는 도서관 직원들이 여러 상황들로 인해 가끔 지쳐있는 모습이 보면 덩달아 마음이 힘들어진다.
좋은 사람들과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sook 님의 마음을 전해 받으니 당장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느티나무도서관도 sook 님에게 받은 마음을 모두에게 전한다.
2024.08.06
인터뷰: 권기록, 이지현, 한경설
느티나무 소장자료
참고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