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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동네기록학교_기록하는 마음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6-08-18 조회수 : 5

지난 6월 1일, 느티나무도서관 건너편 삼풍동 초입마을 아파트 1,620세대의 불이 모두 꺼졌습니다. 
수지 최초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로 선정된 후,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입주민 모두가 이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도서관은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 질문을 품게 되었고,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동네기록학교'를 열었습니다. 

기록과 아카이빙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구체적인 사례와 실전 인터뷰 기술까지 아우르는 내용으로 , 지난 7월 8일부터 8월 12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된 여섯 번의 강의를 정리해 봅니다.



첫 두 강의는 (협)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 원장인 손동유 님이 열어주었어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의 정착, 정보공개 및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디지털 기술 환경 확산'이라는 배경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기록에 익숙한 사회"가 되었는지 설명했습니다. 

우리네 삶 속 기록의 가치는 저마다 의미가 있고, 우열을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기록물의 가치는 해당 커뮤니티의 구성원에 의해 최종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실제 여러 구술 사례를 소개하며 "말, 그 이면에 있는 맥락을 듣는 것"이 구술 기록의 본질임을 짚어주며 첫 번째 강의가 마무리되었지요.



두 번째 강의는 좀 더 실무적인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기록물의 입장과 기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록물의 생애 주기와 '수집-등록-정리-분류-기술,-평가-보존-활용'이라는 아카이빙의 전 과정을 들여다보았답니다.

단순한 물리적 배열인 "정리"와 기록자의 논리로 배열된 "분류"의 차이를 살펴보았고,
아카이빙의 핵심 작업인 여러 기술(description) 사례들을 들여다보며, 
설명이 없으면 맥락과 가치를 알 수 없었던 기록들이 "기록자의 기술"을 통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을 목도했답니다.

커뮤니티 아카이빙 작업은 정답이 없으며,
"관점과 태도에 따라 만들어진 우리들의 기록이 모아졌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가 발생"
할 수 있다는 
강사의 말은 강의에 참여한 우리들에게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답니다. 

3, 4강은 실제 기록 프로젝트의 생생한 사레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사로 초대한 이인규 님은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둔촌주공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파트 키즈'입니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의 총괄기획자이자, 둔촌동의 한자인 ‘숨을 둔遁, 마을 촌村’에서 따온 이름의 모임 <마을에숨어>대표이기도 하지요.



중학생 때 동네를 떠나며 품게 된 그리움에서 출발한 프로젝트가 사진, 인터뷰, 전시, 책, 방송 출연, 영화, 실물 아카이브, 기록관 설립으로까지 뻗어나간 과정과 각자의 자리에서 애정으로 힘을 보탠 이웃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기록하는 일이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요. 

특히, 둔촌주공 아파트에서 강사님과 동시대를 살았던 또래의 아파트 키즈들을 만난 것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답니다.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아파트 이야기를 이번 학교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신기함과 반가운 마음을 가지고 강의에 참석한, 
현재는 수지구 주민이자 느티나무도서관 이용자 두 분이 이번 기록 학교를 찾았습니다.

이웃사촌이었지만 당시엔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몰랐던 사람들이 이번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중년이 된 세 명의 아파트 키즈들은 강의가 끝난 후에도 옛 추억을 소환하며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사람이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누군가의 기록이 어느 한 사람에게는 이토록 강한 끌림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자각과 함께 '기록의 힘'을 온몸으로 체감했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인 지금,
[사라지는 장소를 기리는 법]이라는 제목의 네 번째 강의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태어나서 사라지기까지의 40년을 하나의 생애로 서술한 강사님의 저서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강사님은 아파트가 '거주 중심' 공동체가 아닌, '소유자 중심'으로 변해가면서 개발독재 시대의 "싸우면서 건설하자"라는 슬로건을 재건축의 지난한 과정을 겪으며 실감했다고 합니다. 

대단지 아파트임에도 이웃들이 함께 만들어갔던 '둔촌 축제'부터 외부차량 통제용 '도로 차단'의 사례를 통해 집단 이기주의와 집단이 권력화되는 과정과 입주민이 떠나고 여러 문제들을 주변 이웃들이 해결해나가는 여러 경험을 전해주셨는데요. 하나의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들여다보는 듯했답니다.



마지막으로 이인규 님이 사랑했던 둔촌주공 아파트가 아주 오래전,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았던 어떤 사람에게는 또 다른 의미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사진집 <잃어버린 풍경>을 소개(*아래 내용 참조)하며, 사라지기 때문에 남기고, 이어가기 위해 남기는 "기록이라는 이어달리기"라는 화두를 남긴 채 강의를 마쳤답니다. 


"멀리서 아파트가 쳐들어오고 있었다.
새벽 별이 지면 동이 트던 동산도 아파트에 가려졌다. 
해 지던 서산은 괴물 같은 기계 덩어리가 깔아 뭉개버렸다. 
나는 그날 망부석의 소리 없는 죽음을 보고
잠실 주변이 도시화해 가는 모습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더군다나 서울 88올림픽이 결정된 후 그 속도를 더해 가고 있었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변하고 사라질 것인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보존할 수는 없는 노릇인가."

                                                        <잃어버린 풍경>, 김기찬 사진집, 열화당





마지막 두 번의 강의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기자(콘텐츠 총괄 매니저)이자 작가인 최규화 님의 인터뷰 실전편이었습니다. 
[나는 듣는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5강에서는 강사님이 생각하는 기록의 정의(존재, 무기, 치유, 재생, 역사)를 강사님의 인터뷰 경험과 함께 풀어주었지요.

기록은 인터뷰이에게 받은 김치 한 통의 경험을 나누며 흔한 것을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만들기도, 
자살을 막고 살아갈 용기를 줬던 공익제보자에겐 '무기'로, 
가족에게조차 하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 마음의 응어리가 빠졌던 군 사망사고 피해자 아버지에겐 '치유'로,
밥으로 연대의 힘을 보여줬던 유희언니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을 넘어 그녀의 삶을 곱씹으며 다시 살아나게 만들었던 '재생'으로,
개인의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가 모여 건조한 역사책의 문장보다 더 생생한 시대의 기록이 되는 '역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사라지는 것을 살아있게 하며, 생략되는 것들을 존엄하게 만드는 것"이 기록의 힘이라고요.

사람은 인구가 아닌 "인간"으로, 숫자가 아닌 "생애"로 기억되어야 하며, 
인터뷰어는 듣는 사람이자 묻는 사람, 그리고 "사람 곁에 나란히 함께 서 있는 사람"이라는 말로 강의를 마쳤습니다.




마지막 강의 [예술을 만드는 기술들]에서는 위에서 말한 것을 실제로 "어떻게 해낼 것인가"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좋은 대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문을 연 강사님은 좋은 글은 좋은 대화 없이는 나올 수 없음을 강조하며, 좋은 인터뷰어는 "겸손한 목격자"이며, 인터뷰는 "고백의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한 장의 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잘 구성된 질문지를 작성하는 등 인터뷰 준비부터 글쓰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말의 주인에게 말을 돌려주는 일"이라며 예쁘고 고상한 문장이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잘 전달하는 것이 구술 기록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며, 다양한 인터뷰&글쓰기 스킬들을 전수(?)해 주었고,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려 할수록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말로 강의를 마쳤답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첫날의 강의부터 폭염으로 숨쉬기조차 버거웠던 마지막 날 강의까지!
2026년 뜨거웠던 여름은 세 분 강사님들의 경험을 토대로 전해준 "기록하는 마음"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들로 기억될 것 같네요. 

피자를 먹으며 늦은 시각까지 참여자들의 질문과 각자의 소회를 전해들었던 마지막 강의 날은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고요.^^

이론에서 실전으로, 방법에서 태도로 이어지는 이번 여정을 함께 한 참여자 몇 분이 '동네 기록단'이 되어 9월부터 동네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누군가 대신 써주지 않을 우리만의 이야기, 동네와 사람 그리고 도서관에 대해 써 내려갈 기록단의 이야기들 또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느티나무 동네기록단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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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에서 강사님들이 언급한 책들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 서가에도 꽂혀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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