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열 번째 생일잔치를 하고 벌써 이주가 지났네요.
그렇지만 그 날의 즐거웠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군요.
바깥마당에서는 떡볶기와 오뎅을 만들고 팔고, 다른 한 편에서는 헌책장터, 장난감, 옷 등을 팔고 사는 생활장터가 펼쳐지고 있네요. 굳이 맛있다며 부산에서부터 공수해 온 부산오뎅을 준비하고 쌀떡이 더 좋을까, 밀떡이 더 맛있을까 고민하던 떡볶이팀, 잠시 안으로 들어와서 차 한 잔 마시고 하라고 해도 기어이 종일 그 추운 바깥을 지키던 독서회원들과 헌책장터팀. 와 사람들 많습니다. 이날 팔린 책이 몇 권이나 될까요? 놀라지 마세요. 956권!!! 1,680,000원의 수익이 생겼어요. 헌책방을 주기적으로 열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음은 물론입니다. 기다리세요 여러분, 일년에 한 두 번 쯤은 헌책방을 열겠어요. 떡볶이는 일찌감치 품절됐군요. 기다리다 쓸쓸이 돌아갔던 여러분 죄송하고요, 내년 생일잔치를 기다려주세요. 자, 이제 강당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와우!
여기도 테이블마다 빈자리가 없군요. 한 만명은 오셨나 봅니다(믿거나 말거나^^). 카페 안에서는 커피 머신 네 대가 풀가동하고 있네요. 흰색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카페팀원들, 딸내미 옷을 빌려입고 오셨다는 분도 계시고, 제 철 아닌 흰티를 입은 분도 계시네요. 추워 보이는데 굳이 안춥다며 돌아다니네요. 샌드위치, 핫도그, 스콘...불티나게 팔립니다. 이천원 하는 아메리카노를 만 원 내고 사주시는 멋쟁이 신사분도 계시고 커피 몇 잔에 거금을 내놓은 센스만점 아가씨도 계시네요. 오늘은 도서관 일층 책꽂이 마련을 위한 일일찻집이었지요. 그렇군요. 커피 한 잔으로 이런 기부 재미있고 신나네요. 이참에 카페에 ‘바가지 세트’ 만들면 어떨까요? 커피 한 잔, 쿠키 하나 묶어서 만원! 어때요??? 알고 먹는 바가지 세트, 왠지 기분 좋은데요.
카페와 떡볶이팀은 이날 1,238,000원을 벌었어요. 잔칫날엔 뭐니 뭐니 해도 먹을 게 풍성해야 하는 법. 그 많은 사람들께 대접하고 남을 만큼 준비에 애쓰셨던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어요. 그 많은 일을 미루지 않고, 내 일처럼 하는 당신들 때문에 저 그만 가슴이 시리도록. 저리도록. 아리도록......좋았습니다. 책임지셔야 합니다!!!
기부경매
경매상황판을 통한 조용한 경매와 현장경매를 통해 총 32개 물품이 낙찰되었습니다.
소중한 사연이 있는 물건들, 아끼고 아끼던 물건들, 나에겐 필요치 않지만 누군가에겐 요긴할 물건들, 기부경매 내놓으려고 애써 구한 물건들이 모두 새주인을 찾았구요, 일백여만원을 기부금에 보탰습니다. 경매물건을 기부하신 모든 분들과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개인기부 외에도 다음세대재단에서도 기부물품을 보내주셨습니다. 낙찰 받으신 분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저희 집에도 그 날 사간 예쁜 그림 한 점이 추억과 함께 거실 한 벽을 장식하고 있네요. 흐~믓 합니다. 시간이 되면 따로 사진 한 장 올리겠어요. 여러분도 재미있는 얘기들 올려주세요.
도서관 10년 역사를 사진으로 보는 사진전도 있었습니다. 산마음 독서회와 책보수팀에서 일일이 사진을 고르고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월리를 찾아라 하는 느낌으로 숨은그림찾기 하듯 즐겼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볼 때에는 마음이 벅차더군요. 지금은 다 자라서 도서관 이곳저곳에서 한 몫 하는 친구들, 이제는 볼 수 없는 친구들도 있네요. 장하고 그립고... 그랬습니다. 사진전은 당분간 계속 됩니다.
이 날은 또 세 기업의 단체자원활동가들이 많은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어묵 꼬치 꿰기부터
티켓판매 음식판매와 그리고 행사 마무리까지 말이지요. 특히 쓰레기 분리수거가 거의 완벽했습니다. 작은 일에까지 정성을 다해주신, 대우엔지니어링, 인터파크 나눔동호회, 포스코 ICT 직원여러분 고맙습니다.
십주년잔치는 최소한의 공식행사만을 준비했었습니다. 십주년행사라고 거창하게 하기보다는 도서관의 일상을 나누자는 의미로 도서대출과 반납, 책읽기, 영화상영 등이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도서관의 날에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마음만 담으려 한 것, 모두 이해해 주셨으리라고 믿습니다. 이 날 도서관 일 층 책꽂이 마련을 위한 일일찻집의 전체수익은 400여 만원입니다. 튼튼한 책꽂이 짜 넣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수익보다 더 놀라웠던 사실은 무척이나 많은 손님들이 잔치에 참여하셨다는 점입니다. 이 날 대출권수는 989권, 반납권수는 1,311권으로 평소보다 약 500권이 더 많았습니다. 회원가입도 평소보다 2배가 늘었구요. 잔칫날 이후 도서관 후원회원 수도 날마다 늘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서관 잔치를 축하해주시고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잔치는 잔치이므로 잘 먹고 잘 놀고 반가운 얼굴들 만나고 그랬으니 참으로 즐거운 잔치였습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물건들을 기부하고, 봉사활동으로 기부하고, 물건을 사줌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기부가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기꺼이 후원하고 나누는 십주년 잔치였습니다. 그러나 준비에 미흡했던 점,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했던 점들 있었을 텐데, 행사 이모저모에 소홀했던 부분 발견하신 분들은 꼭 짚어주신다면 다음에는 같은 실수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날 함께 했던 모든 분들, 마음은 있었지만 못 오신 분들, 언제라도 또 만나고 연락하고 그러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부족하거나 빠진 부분들 있을 겁니다. 댓글로 채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