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티나무에서는

EBS 시청자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작성자 : 간장 작성일 : 2010-03-08 조회수 : 7,438

방송 후 시청자게시판의 글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함께 나누고 싶어서, EBS 게시판에 올린 글 옮겨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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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느티나무도서관의 간장^^ 박영숙입니다.
류문진 작가님께 시청자들의 의견을 꼭 읽어보라는 전화를 받고는 어젯밤부터 오늘, 주말을 맞아 더 분주한 도서관에서도 짬짬이 게시판을 열어보았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생각을 나눠주셨네요. 하루 만에 친구가 많아진 것 같아 참 반갑습니다.

10년 남짓 책과 사람이 만나는 풍경 속에 지내온 만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짧은 시간에 잘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새삼 멋쩍고 송구한 마음도 듭니다.

게시판에 올려주신 글마다 아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결같은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 꼭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반성이나 자책보다는 다시 한 번 현실을 들여다보고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알면 놓여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 어른들 자신의 삶이 아닐까', 하는 질문도 드려봅니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이면 세상이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요? 제가 대학을 졸업한 20년 전만 해도 컴퓨터라는 물건을 누구나 수첩처럼 들고 다닌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핸드폰은커녕 삐삐라고 부르던 무선호출기도 드물었지요. 20~30년 뒤의 세상에 대해 미래학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판타지 속의 풍경처럼 들리지만, 지난 세월을 떠올려보면 그런 변화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10년, 20년 전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창의력과 상상력,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할 거라는데, 여전히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누가 더 빨리 익히고 더 많이 외우는가에 매달리고 있는 교육은 그런 능력을 기르기에는 너무 무력해보입니다.

지금의 교육제도는 근대화된 산업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키워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입시경쟁으로 치닫는 교육제도는 우리를 언제까지나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할 것처럼 공고해 보이지만, 결국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무력해지고 말 겁니다. 교육환경이 달라지게 만드는 힘은 아마 우리 자신이 더 이상 낡은 교육에 매달려 전전긍긍하지 않는 데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 머릿속에 많은 양의 지식을 채우는 것보다 어떤 환경에서든 필요한 것을 스스로 배우는 힘과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갈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하루, 아주 잠깐이라도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잘 키워야 한다는 ‘절대명령’은 잠시 내려놓고 내 앞에 놓인 ‘나의 삶’을 담담하면서도 진지하게 들여다보았으면 합니다. 오롯이 나 자신으로 자유로운지, 그렇지 않다면 나를 얽어매는 건 무엇인지, 아이가 아니라 내가 꿈꾸고 상상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날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르쳐주려고 애쓰는 것’을 배우는 게 아니라, 우리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며 배우더라는 사실입니다.



헌신적으로 돌보고 참아주는 훈육자나 보호자보다 친구 같은 어른들 곁에서 아이들은 환하게 웃고 꿈을 말하고 스스로 자랄 힘을 기르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고, 들떠서 눈을 반짝이고, 실수도 하고 고민도 터놓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할 줄도 아는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것보다 먼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쑥쑥 자라게 만드는 건 ‘꿈을 꾸는’ 어른들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이 마흔, 쉰, 예순이 넘어서도 아침이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누군가를 만나고 무언가를 시도해볼 설렘으로 가슴 두근거리며 하루를 맞이하게 되길 바랍니다. 그럴 수 있도록 응원해줄 친구들이 늘 함께 한다면 더 좋겠습니다. 저도 우리 마을의 친구들과 함께, 느티나무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 모든 분들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아자아자!!^^


봄기운 가득한 주말 보내시고, 가까이 계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도서관 나들이 오세요. 문 활짝 열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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