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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최현희 님과 함께 나눈 이야기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8-10-22 조회수 : 14,045


 

 

10월 19일 저녁, 지하 뜰아래에서 최현희님과 함께 했습니다.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오고 간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최현희 님은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의 공동 저자이자, 성평등 교육에 힘 쓰는 교사입니다. 

 

 


 

 

“페미니즘은 교육자가 반드시 한번쯤 고민을 해야하는 영역이에요.

 

삶이 페미니즘으로 흔들리는 순간에도 학교 안에 있는 혐오나 차별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 시기를 생각하면 굉장히 섬뜩해요. 

학생들은 자신 개인으로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탐색하기 전에 성별이라는 장치를 먼저 통과해요.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잠재력이 억압을 당해요. 

꿈을 꾸는 것까지 성별화 되는 거예요. 미디어는 여자아이들도 모험을 좋아하고 악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아요. 

남자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고, 인형을 가지고 놀게 허용하지도 않고요.”

 

 

 

 

“페미니즘은 인식의 전환이거든요. 기존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써야해요. 그래서 페미니즘을 알게 되는 것을 언어가 생겼다고도 이야기해요.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지독히 예민해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보인다는 것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지성은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는 사유예요. 저에게 지성은 사회적인 통념에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자신의 경험만을 근거로 삼지않고 정말 그럴까? 의심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왜 어쩔 수 없었는지 가르치는 게 페미니즘 교육이거든요.”
 

"어떤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할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 내 에너지에 따라 . 지정성별 여성으로 살아온 연대는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40대 여성) 최근 들어서 동네에서 열리는 페미니즘 강연에 관심 있게 다니고 있다. 학생인 딸들과 이야기 해보니 페미니즘 담론 중에 인상 깊은 것이 있었다.
여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난 행동들이다. 메이크업이나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거나, 긴 머리를 자른다거나 하는 이른바 '탈 코르셋'.
겉으로 보이는 여성성을 버리는 게 진짜 페미니스트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시각에 의문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은 여성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 그것은 또 다른 여성 혐오가 아닐까? 

최현희) 탈 코르셋이 왜 출현했는지를 짚어야 한다. 여성 운동이라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제가 바뀌고 자기비판도 열려있는 학문이다. 

지금 시대의 여성들은 외모에 대한 압박이 한계점을 넘었고, 그 반동으로 탈 코르셋에 대한 의제가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탈 코르셋을 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공격?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만난다. 우리는 의식화 교육을 하지 않고, 구조에 질문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지금의 공교육 체계에서 학생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에 반대 하거나 논쟁이 필요할 때 그 사람을 공격하는 것 밖에 배우지 못한다. 

맞서 싸우는 것과 극복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페미니즘 안에서 다른 여성에 대한 공격적인 반동은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0대 여성)  타인보다는 나와 친말한 가족에게서도 젠더 문제를 느낄 때 커다란 벽을 만난 기분이다. 

이 세상에서 자라날 딸, 아들에게 젠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잘 설명해줄 수 있을까?

 

50대 남성)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노출되어있는 가부장제 시스템을 많이 이야기 하는데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정 내에서 부모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부모의 역할이 궁금하다.

 

40대 여성) 딸아이의 엄마이다. 페미니즘을 잘 모르지만… ‘그냥 나로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불편하기 보다는 편했다. 딸아이가 5살이 되니까 성 구분을 하기 시작한다. 그걸 바라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금하다.

 

최현희) 가정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가정의 몫을 강조할 수록 교육은 보수적으로 흘러간다. 

가정에게 책임을 묻는 것보다 공공의 방향을 찾아야한다. 사회가 어떤 식으로 대안을 찾을 것인가? 우리는 모두 일정한 양질의, 좋은 교육을 받은 권리가 있다.

사회의 흐름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떨까? 사회에 참여해서 그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동료 시민이자, 먼저 산 사람이자 보고자로서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부모들이 사회를 바꾸어 나가며 가정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대 여성) 고2 학생이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책을 들고 다니다 욕을 들은 적이 있다.

학교 밖에 있으면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용기를 가지고 다시 왔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몇 번 많이 울컥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시 용기를 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다.

10대 여성)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페미니즘에 관해서 이야기 나눌 때, 특히 상대방이 남자일 때 친구가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눈치를 많이 봤다. 
왜 당당하지 못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정리하고 생각할 기회가 된 것 같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10대 남성) 일상적인 여성 혐오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고민을 했었는데 강의에서 조금의 힌트를 얻었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여성 혐오가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실감했다. 다른 분들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주변 사람들의 상처와 슬픔에 대해서 어떻게 외면했는지 반성하기도 했다. 좋은 기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20대 여성)  페미니즘 강연이라고 해서 왔는데, 사실 여성들만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리에 와서 다양한 나이, 성별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세상은 아직 살 만 하다’고 생각했다. 고맙다. 

40대 여성) 말씀 하신대로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는 못하고 주는 대로 살았던 사람이다. 결혼 후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는데, 
일찍 오는 사람이 밥을 하거나 설거지를 했으면 좋겠다 같은 말로 시작해 집에서 아주 작은 부분들을 바꾸고 있다.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너무 당연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는 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이 더 남아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관련 책들을 사람들이 많이 접하면서 생각들이 많이 확산되면 좋겠다. 

최현희) 이런 이야기들 앞에 먹먹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만큼, 말이 없어진다. 어떤 면에서 제 위치는 지금 청소년들 위치에 비해 훨씬 권력이 있다. 
고통 받고 예민할 수 있는 것도 시대적인 운일수도 있다. 사각지대를 보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도 지적인 능력이다.
성 차별주의자들의 자극적인 언어가 페미니즘만큼이나 강렬한 시대 안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도대체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나? 하는 고민을 했다. 
많은 것을 말하는 대신 직접 보여주고 싶다. 여기 계시는 많은 기성세대 분들도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정치적인 의식이 있으면 좋겠다. 
함께 극복해나가는 주체가 되자.  우리를 지켜보는 청소년들이 있다고 생각하자.
오늘 청소년들이 많이 앉아있는 것을 보고 굉장히 떨렸다. 
청소년은 여성 혐오, 일상 속 성차별을 가장 최전선에 겪어내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책임 지분이 가장 낮은 주체들이다. 기성세대로서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이 시간이 충분할지 모르겠다. 더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앞으로의 도서관 모임에 참여해 깊이 이야기 나누고 싶다.




뜨거운 에너지를 전해주신 최현희 님 께 참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최현희 님의 활동을 응원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1층)사회를 담는 컬렉션
함께 보면 좋은 책들을 컬렉션으로 엮었습니다. 
1. 일상 속 성차별 https://goo.gl/XUyjSB
2. 나는 왜 페미니즘이 불편하죠?https://goo.gl/TkbDYW 




다 하지 못한 말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쁜 페미니스트> 낭+독회에 초대합니다!  https://goo.gl/ahF4t8 
페미니즘에 관한 생각을 나누고,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책을 미리 읽어오지 않고, 그 날 둘러앉아 소리 내어 읽습니다.
매주 수요일 늦은 6시에 1층 카운터 옆 테이블에서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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