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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신문]박영숙 관장이 말하다-도서관운동의 역사와 미래...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8-10-31 조회수 : 6,373

박영숙 관장이 말하다 도서관 운동의 역사와 미래…

- 2008년 10월 29일 수요일, 전자영 기자 jjy@yongin21.co.kr



“사적인 것이요? 애들이랑 매일 이야기하고 가위바위보 해서 궁금한 점이 없을 텐데요.”
사람 ‘박영숙’이 궁금해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척박한 수지에서 ‘느티나무 도서관’을 뿌리 내린지 9년, 재단이 설립된 지 5년이 돼서 알만큼 안다고 할 수 있을 텐데도 양파처럼 까도까도 끝이 없고 새롭다.
사립(민간)도서관의 ‘신화’로 여겨질 정도로 바쁜 그였지만 느티나무 도서관에는 늘 그가 앉아 있었다. 머리스타일도, 옷차림도, 그리고 마음도 변함없이.
재단 설립 5주년을 맞아 그가 말하는 도서관 운동의 역사와 미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운동은 ‘(마음이 닿을 때 까지) 말 걸기’라고 정의했다.


   
▲ 박영숙 관장
-재단 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는데요, 재단이 생기면서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재단 5주년이요. 하하. 괜히 5년 되면 짚고 가는 거죠. 2003년 10월14일에 재단 등기가 됐어요. 재단법인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IMF때 처음 수지에 와서 3000만원은 전셋집을 얻고 2억원으로 지하상가를 얻었어요. 책 살 돈도 없는데 월세를 낼 수 없었으니까요. 2000년도에 느티나무도서관 문을 열고 재단 없이 3년 운영하다 5년 전에 재단을 설립한 겁니다. 1,2년을 하다 보니 도서관이 지닌 가능성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제가 기대했던 것 보다 너무 큰 희망을 봤으니까요. 재단을 만든 이유는 도서관을 만드는데 굉장히 좋다는 겁니다. 도서관 운동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데 그것도 한계가 있고 언제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립도서관에 공공성을 담으려면 재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사단이 아닌 재단이 있어야 도서관이라는 하나의 실체를 가진 공간이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재단 설립을 준비했고 5년 전, 소유자가 ‘박영숙’에서 ‘도서관’으로 바뀌었죠. 그게 가장 크게 달라진 것 아닐까요? 이 도서관이 문을 닫아도 이 재산은 도서관에만 쓰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후원자들은 개인이 아닌 법인이라서 신뢰를 합니다. 사회적 기부 차원에서 재단이 중요하죠. 도서관이 한 사람의 것이 아니잖아요. 동네에 있는 느티나무를 누가 심었느냐고 안하잖아요? 그냥 있죠. 느티나무 도서관도 마찬가지죠. 또 실제로 재단이라는 실체를 갖게 되면서 도서관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도서관 학교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어요. 큰 성과라고 봐요. 사람냄새 나고 뭔가 시끌시끌한 도서관의 사회적 접점을 높이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러한 기대감을 사람들한테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5년 정도 됐으니까 갈무리를 해보자 해서 재단 5주년을 기념해‘도서관 운동의 역사와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게 된 것이죠.”
 -사람들은 집을 먼저 사는데요? 
“동네 아이들이 누구든지 책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책을 보고 꿈을 꿨으면 좋겠고… 대학시절(박 관장은 서울대 86학번이다.)부터 빈민운동을 하면서 서울 산동네에서 공부방을 했었어요. 상계동 제자들은 지하철역에서 구걸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 이었거든요. 그 당시 공부방은 빈민운동의 창구였어요. 철거반대를 위한. 그런데 저는 안타까웠어요. 아이의 문제로 집중하고 싶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조그만데 매달린다며 비판을 했거든요. 속상해서 그들을 찾아가 ‘너희가 얘기하는 민중은 팔에 핏줄이 불끈 솟은 민중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민중은 길호아버지, 광산이 할아버지’라며 울고 나온 적도 있어요.”

“그 때 두 가지 아쉬움이 있었어요. 누구든지 꿈 꿀 권리가 간절했거든요. 한 사람 한 사람 삶이 소중했고 아이들 삶 속에서 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도서관인지도 모르고 시작한 거죠. 하하. 인종, 장애, 성별, 나이…누구나 차별 없이 정보와 지식을 누릴 수 있어야죠. 도서관 공부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했어요. 저는 애들이 여기서 자라고 있다고 생각해요.”

   
▲ 박영숙 관장의 일정표가 그의 일상을 대변하고 있다.

-남과 다른 길을 가서 그런지, 사는 방식도 달라 보여요.
“안 쓰는 말이 있어요. 베풂, 나눔…같이 공유하는 거죠. 그리고 저는 안 가르쳐요. 잘 살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고 하죠. 느티나무도서관에는 ○○교실이 없잖아요.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을 보여주고, 꿈을 꾸는 어른을 봐야 이 세상을 살만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느티나무 도서관의 모토는 ‘긍정’입니다.”
-때론 차갑고 날카로워 다가가기 어렵기도 한데요.
“어…절대 아닌데요. 도서관에서는 ‘간장’이라 불리고 걸레 삶기 당번이고요. 하하. 그런 말 들으니 뭔가 있어 보이면서 멋있어 보이네요. 그런데 아마 그런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요? 아쉬운 소리 한 번도 안 한 단체. 도서관 지을 때도 부탁 안하는 단체…그런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저희 자원 활동가들을 떠받들죠. 화장실 청소는 제가 도맡아 하는데요. 활동가들에게 의상협찬도 많이 받아요. 아이들 옷까지요.”    
-그런 이미지는 ‘원칙’때문이 아닐까요.
“기본과 원칙은 적어도 비자본적인 시설이라고 할 수 있죠. 경쟁, 효율과 상반된 시설을 뜻하는 것인데요.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공성을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저는 앞으로도 ‘공공성과 일상성’이라는 원칙을 지킬 것입니다. 조직된 것이 아니라 일상성이라고 생각해요. 초창기에는 조금 제가 까칠(?)했죠. 일상성이 없으면 공공성이 없어요. 도서관은 늘 열려있고 내가 필요할 때 참여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 이유는 자유 때문이죠. 우리는 자유롭지 않은 것에 너무 익숙해져 상상력과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자유로운 것에 무뎌지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교육 틀을 바꿔야 하고 원칙을 지켜야 해요. 용인도 기본이 너무 없죠.”
-그러면 관장님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요.
“퍼즐해요. 퍼즐하면 길이 보이거든요. 걸레 삶는 것도 좋고 아무 때나 노래 틀어놓고 따라 부르고요.”
- 꿈꾸는 어른을 강조했는데, 관장님 꿈은 뭔가요.
“비밀 인데요… 작은 무대 귀퉁이에서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 하는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요.”
“제가 이 도서관을 지을 때 어깨에 레미콘은 붙는 것 같았어요. 이만한 집을 짓는데 자유의 대가를 땅에 묻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람냄새 나는 도서관 샘플이 있으면 그 효가가 크다는 생각에 그 샘플을 여기에서 만들기로 한 겁니다. 기둥이 없고 칸칸이 나누지 않고 힘도 될 수 있는 그런 민간 공공도서관. 또, 월급 줄 수 있는 관장을 모셔오는 것. 저는 마을마다 도서관 생기는데 한 자락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들 한명 한명에 우주가 들어있는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 잘 자라 날개를 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요. 운동이란 그런 것 같아요. ‘말을 거는 것이다.’마음이 움직일 때 까지 말을 걸 뿐이죠. 도서관 운동을 하면서 굉장히 고마운 일이 담담하고 덤덤해진 것 같아요. 그것이 믿음이 됐고요.”
/사진 이도건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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