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책과 사람을 만나는 곳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전히 도서관이 멀기만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웃들에게『찾아가는 도서관』이 되려고 올해부터 '작은느티나무문고'를 열기로 했어요.
지난 가을부터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지난 일요일 '작은느티나무문고'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용인에 있는 이주노동자인권센터에서 문고설치와 단체대출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어요.
용인에도 얼굴빛과 말은 다르지만 우리의 이웃이 된 사람들이 많이 있답니다.
6년 전 한국CLC에서 이주노동자인권센터를 열어
그곳에 모여 한글도 배우고, 설날이나 추석 때면 잔치도 열지요.
같은 용인에 있지만 자주 오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늘 안타까웠는데...
궁리 끝에 센터에 작은 문고를 만들어서 느티나무의 책을 함께 나누기로 한 거에요.
4월 22일, 우리들 설레는 가슴처럼 햇살이 따스하던 일요일,
느티나무의 감초 수현이, 다영이, 아직 돌도 안 된 은상이, 승건이까지 모두 9명이나 나들이를 나섰어요.
센터 식구들이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는지 친한 친구네 집에 놀러간 것 같았지요.
재단 사무국 강영아 사서의 4개월된 작은 아들 은상이,
그날 막내로 찾아간 손님을 스리랑카 아저씨들이 반갑게 맞아 얼른 안아주셨어요.
그 품이 편안한지 우리 은상이, 낯도 가리지 않고 생글거리며 잘 놀았답니다.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신 이주노동자인권센터 안의석 소장님.
소장님과 함께 센터를 꾸리는 실무자들 모두 꼭 닮은 표정이었어요.
낯선 땅을 찾아온 이웃들을 이렇게 맞아 친구가 되시겠구나 생각하니 참 든든하고 흐뭇했지요.
꼭 뉴스에서 본 듯한 장면이죠?
진행을 맡은 재단의 김민주 사서도, 서명을 하는 안의석 소장님과 박영숙 관장도 멋쩍어 내내 웃었지요^^
그래도 “작은느티나무문고”를 잘 꾸려가자고 약속을 맺는 마음은 모두 하나였습니다.
네팔, 스리랑카, 파키스탄, 베트남, 몽골 아저씨 아줌마들 눈빛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말은 잘 통하지 않는데도 한 마디 한 마디 귀기울여 듣고 끄덕이며 손뼉을 치는 내내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나누기에 넉넉했지요.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나누던 시간.
도서관에서는 만날 대장 노릇을 하던 예비사서 다영이가
뜻밖에 빨개진 얼굴로 쑥스러워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답니다.
센터의 실무자와 자원활동가들이 푸짐한 잔칫상을 마련해주신 덕에
맛있게 먹고 이야기나누며 흐뭇한 시간을 가졌어요.
마음을 모아 케익에 꽂은 초에 불도 붙이고 함께 노래도 불렀어요.
먹음직스럽죠? 무슨 재료인지 하나같이 향기도 기가 막혔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우팔리 아저씨가 정성껏 손수 만들어주신 스리랑카 전통음식들이에요.
요리 이름은 그새 다 까먹었지만^^ 정~말 맛있었어요.
벽을 가득 메운 사진들.
먼 나라를 찾아와 이웃이 되기까지 함께 울고 웃으며 보낸 시간들이 그대로 담겨있었어요.
바로 이 자리에 작은 책꽂이들을 들여놓고 차곡차곡 책을 채워 넣을 거예요.
나라마다 향기도 다르고 맛도 다른 차를 한 가지씩 마련해서
책을 나누며 따뜻한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근사한 '북카페'로 꾸밀 거랍니다.
앞으로도 할 일이 참 많아요.
네팔, 몽골, 베트남, 스리랑카...
어느 한 곳도 그 나라 말로 된 책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
각 나라 대사관, 문화원, 한글학교.. 몇 달째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거든요.
하지만 곳곳에 힘을 모아주는 분들이 계시니 곧 책꽂이가 가득 채워지도록 해야겠지요.^^
센터에만 문고를 만드는 게 아니라 느티나무도서관에도 새 책꽂이를 만들 거에요.
글씨는 몰라도 여러 나라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들을 구해 꽂아두려고 해요.
열심히 한글을 배우고 있는 아저씨, 아줌마들을 마을학교 이야기손님으로도 초대하기로 했고
이야기극장에도 찾아와 그동안 배운 한글 실력으로 그림책도 읽어주기로 했어요.
우리가 얼마나 닮았는지, 함께 하는 게 얼마나 기쁜지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겠지요.
누구도 도서관을 멀게 느끼는 사람이 없도록..
찾아가는 도서관 “작은느티나무문고”를 하나 둘 늘여가는 일에
모두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