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수지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씨 “책과 친해지는 어린이들 모습이 뿌듯해요” 용인시 수지읍 수지2지구 현대 성우아파트 상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을 그린 벽화에다 ‘책이랑 친구랑 꿈과 지혜를 키워가는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이곳은 가뜩이나 문화시설이 부족한 수지지역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커가는 소중한 공간이다. “항상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느티나무 도서관을 연 박영숙(박영숙·34)씨는 98년 서울에서 수지로 이사를 왔다. 서울에서는 대학 시절에 공부방 활동도 해 봤고 자원봉사에도 참여하면서 어린이들과 어울렸다. 수지로 이사를 온 이후에도 마땅히 놀 곳이 없는 이웃 아이들은 박씨의 집을 찾아와 살다시피했다. 지난 2월 문을 연 느티나무도서관은 30평 남짓. 바닥에 난방 시설도 하고 가구도 박씨가 손수 공장을 돌아다니며 구했다. 책을 고르는 일만도 두달이 넘게 걸렸다. 덕분에 도서관은 어린이 책 5000여권에다 놀이방, 소모임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은 방 등을 갖췄다. 어린이들은 바닥에 앉아 책도 보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며 마음껏 뛰논다. 어머니들도 아이들과 어울린다. 박씨는 “틀에 박힌 도서관보다는 아이들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한다. 회원이 아닌 어린이들도 몰려오면서 방과후 교실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604가족이나 된다. 홍보를 하지도 못했지만 주부들이 알음알음으로 모이게 됐기 때문이다. 책 또래 모임, 어머니 독서회, 엄마 동화방, 노래마당, 종이접기 교실 등 다양한 소모임 활동도 펼치고 있다. 특히 어머니 독서회를 소모임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했다. 어머니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들은 어린이 책을 보며 서로 공부도 하고 비평도 한다. 또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한다. 박씨는 “처음 찾아오는 어머니들에게 여기는 보육 시설이 아니니 아이를 맡기려 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서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도서관을 열면서부터 이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아들 승철(5)이도 엄마의 청소도 도와주며 이곳에서 빠뜨릴 수 없는 도우미가 됐다. 또 어머니들은 ‘큰 도우미’, 어린이들은 ‘작은 도우미’로 불리며 도서관을 함께 가꿔가고 있다. 박씨는 “아이들이 옆에 있는 힘든 줄을 모른다”며 “작은 노력을 들여도 아이들이 크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 더없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031)262-3494 /권상은기자 sekw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