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빛과소금] 책을 통해 하나되는 거대한 실습장(2005.1)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5-03-09 조회수 : 4,446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책을 통해 하나 되는 거대한 실습장 경기도 용인 수지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자란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풍성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삶과 정을 나누며, 아이들은 그곳에서 꿈을 먹고 자라난다.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와 어른이 책을 매개로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찾아가는 거대한 실습장이다. 1999년 8월 공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책 대여점이에요?” 혹은 “독서실이에요?”였다. 내부를 둘러본 사람들은 “놀이방이네”라고도 했다. 지금이야 TV 덕분에 어린이도서관을 다들 알지만 그때만 해도 개념조차 확실치 않은 그 무엇이었다. 박영숙 관장은 “아이들이 세상과 만나고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책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 어린이도서관을 열게 되었다”면서 “지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자랑한다. 현재 느티나무가 소장하고 있는 도서는 모두 1만2,000여 권. 장소가 협소해 한쪽에 쌓아둔 책도 만만치 않다. 회원 2,900여 가족에, 하루 대출만 500권에 이른다. 때문에 엄마들의 자원 활동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렵다. 느티나무는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자원 봉사’라는 표현 대신 ‘자원 활동’이라고 말한다. 대략 80~90명의 자원 활동가들은 책 정리와 포장, 보수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책은 자원 활동가 엄마들의 정성스런 보수를 거치게 되는데, 엄마들은 스스로 강좌를 찾아다니며 배워 와 느티나무에서 솜씨를 자랑한다. 2년 넘게 도서관 살림을 돕고 있는 이정진 씨는 “엄마들이 열심이다 보니 아이들도 열심이다.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딸도 자원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은 2003년 느티나무문화재단으로 발돋움했는데, 박영숙 관장은 “개인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공공의 몫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박 관장은 “재단이라고 하면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는 세태에 거창하지 않은 재단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누구라도 이런 공간을 꿈꾸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느티나무문화재단은 어린이도서관 설립과 운영, 서비스에 관한 연구와 교육, 상담, 교류를 주선할 뿐 아니라 시민과 함께 하는 도서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믿음을 키워 가는 아이들 현재 느티나무에서 활동하는 동아리는 ‘어머니 독서회’ 5개를 포함해 12개다. ‘꼬마또래방’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유아들을 위해 준비한 또래 모임 시간으로, 자원 활동가 엄마들이 돌아가며 다양한 활동을 준비한다. 도서관이 아닌 자원 활동 엄마들의 집에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김은정 씨는 “품앗이로 아이들을 돌보면서 이웃 간에 정도 쌓을 수 있고, 서로 배우는 것이 많다”면서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아파트에 살면서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기쁨을 알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즐거운 명심보감’, 음악과 춤, 전래놀이를 함께 즐기는 ‘나누기’, 또래 친구들과 책을 선정해 읽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책또래’, 어머니 독서회 회원들이 구수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이야기방’도 인기가 높다. 그중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어 빛그림으로 비추면서 재미있게 책을 읽어 주는 ‘이야기 극장’은 가장 주목받는 동아리. 이 동아리의 엄마들은 자비를 들여 사진을 배우고 슬라이드 작업을 손수하며, 다른 어린이도서관에 비법을 전수하기도 한다. ‘고운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수지 지역 어린이들을 돌보는 모임으로, 방과 후 활동을 지도하고 나들이도 함께 다닌다. 박영숙 관장은 “눈치를 보거나 소외감을 느끼던 아이들도 이 공간에 들어오면 함께 뒹굴며 놀고 웃으면서 하나가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자연스레 키워 간다”고 말한다. 예비 작가, 평론가들이 자라는 곳 느티나무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성뿐 아니라 아이들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는다는 3학년 정은진 양은 “책또래에서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다”면서 “책에서 배울 점과 아쉬운 점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다시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미래의 출판 평론가들이 느티나무에 모여 꿈을 키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3학년 이승철 군은 「두꺼비의 모험」이라는 동화를 쓰고 있다. ‘동굴 모험’ 등 소제목을 달고 직접 삽화까지 그려 넣어 완성도를 높여 가고 있다. “심심해서 글을 쓴다”는 승철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느티나무는 현재 ‘도서관의 친구들’ 활동을 통해 기금 모금과 자원 활동, 홍보와 캠페인, 지역 주민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으로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사람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인 느티나무가 지역 사랑방으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책을 통해 어린이와 어른이 하나 되는, 지역 주민이 하나 되는 거대한 실습장 느티나무가 동네마다 하나씩 세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느티나무 가는 길>>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동에 위치한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은 좌석버스 1550, 1550-2, 6800, 1115-1번과 일반버스 7, 77-1, 700, 700-1, 720-1번을 이용해 풍덕고등학교 앞에 하차하면 된다. 평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개관한다. 가입비 1만원만 내면 한 가족이 2주 동안 6권의 책을 빌릴 수 있는데, 세 자녀 이상이거나 수지 이외의 지역 가족은 8권까지 대출할 수 있다. 문의 031-262-3494, www.neutinamu.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