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용인시민신문] 다시 5년의 기적을 꿈꾸며(04.12.30)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5-03-09 조회수 : 4,800


다시 5년의 기적을 꿈꾸며
 
2005희망지킴이<1>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용인시민신문 webmaster@yongin21.co.kr

 

아이를 업고 도서관 터를 찾아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지났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일들이 추억이 되어 스쳐지나간다. 도서관을 꾸려온 내용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숫자도 보인다.

지금까지 느티나무에서 대출한 자료 수는 30만 권쯤 된다. 한 권에 1천500 원씩만 따져도 4.5억. 이 작은 도서관을 땅속 개미집처럼 만든 여러가지 문화활동에다가 3만 시간쯤 되는 도우미들의 자원활동까지 더하면 계산도 못할 정도다. 날이 갈수록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불어나고 있다. 도서관 이용자로 찾는 이도 많아졌고, 다른 곳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지으려고 하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물어보러 오는 사람들도 무척 많아졌다.

언젠가 처음으로 용인을 찾은 한 도서관 사서가 수지는 미래의 회색도시 같다고 했다. 빈틈없이 빽빽한 아파트 숲에서 아이들이 책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느티나무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아이다운' 모습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동체를 되살리고 싶다는 꿈도 보태고 싶었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같이 이해하고 지지해주었던 것은 아니다. 조기교육이다 선행학습이다 하여 읽기 쓰기뿐 아니라 놀이까지 학원에 매달리는 현실에서 그저 좋은 책이 많은,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놓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기를 기다리는 것은 무모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부지런히 어머니독서회를 꾸렸고 부모를 위한 책도 마련했다.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건강한 인격체로 키울 방법을 찾기 위한 공부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점점 늘어나는 도서관 일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도우미회를 꾸렸다. 그러면서 느티나무는 단지 책을 빌리는 공간일 뿐 아니라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문화사랑방으로 자리잡아갔다.

엄마 아빠만큼이나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를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지혜를 깨닫고 있는 사람들. 그들 곁에서 세상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며 자라는 아이들이 앞으로 더 넉넉하고 풍성한 느티나무를 키워갈 것이라 믿는다.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누비던 솜털 보송보송한 아이들 얼굴에 어느새 여드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이 슬라이드 필름을 돌리며 이야기극장을 열고, 걸음마를 시작한 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서가에서 빼든 책을 펼쳐놓고 토론하느라 밤을 밝히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그때쯤이면 지역의 공립도서관들과도 활발한 네트워크가 이뤄져, 원하는 자료는 어디서나 신청하여 받아볼 수 있고, 버스정류장이나 대형매장 같은 곳에서는 우체통 같은 반납함이 하나씩 생겨 등하교 길에, 장보러 가는 길에, 빌려 본 책을 반납할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만나고 싶던 저자를 초청해 지역의 도서관들을 순회하고,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보며 인형을 만든 아이들이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인형극 공연을 하고...

이 정도면 도서관은 더 이상 먼지가 켜켜이 쌓인 책 창고나 숨죽인 수험생들의 독서실이 아니라, 우리 삶에 활기를 더할 자료와 정보가 흐르고, 깨어있는 사람들이 지혜와 문화를 나누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섯 돌을 앞두고 다시 5년을 내다보는 자리에 서서 어느새 또 새로운 기적을 꿈꾼다. 하지만 이젠 그 꿈을 같이 이뤄낼 수많은 도서관의 친구들이 있으니 지금의 이 용기는 더 이상 무모함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박영숙(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 관장)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은…

2000년 2월 용인 끝자락 수지에서 문을 연 작은 도서관입니다. 40평 남짓한 공간을 빽빽이 둘러싼 서가에는 꼼꼼하게 살피고 골라놓은 책 1만3천 권과 시청각자료가 있습니다. 아이들 키에 맞추어 만든 책걸상들, 책읽는 그네, 이야기 방…누구나 자유롭게 책과 만나고 친구랑 이웃이랑 어울릴 수 있는 사랑방입니다.

▶문 여는 시간 : 평일 오전11시~오후 5시, 토/일 오후1시~5시
▶쉬는 날 : 매주 목요일과 공휴일
▶전화 : 031)262-3494, 262-9124
▶홈페이지 : www.neutinamu.com

느티나무는 우리 스스로 참여하고 누리는 다양한 문화활동과 자원 활동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사랑방입니다. 여러 개의 동아리, 열린마당, 도우미회가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2005년 느티나무에서는 …

책 읽는 마을, 더불어 사는 지역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여러 가지 문화활동을 펼쳐나가려 합니다.

▶저자와의 만남
1월, 3월, 5월... 홀수 달이면 어김없이 만납니다.
지역 인사와 함께 하는 '이야기 방'
2월, 4월, 6월... 짝수 달에는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삶을 일궈온 분들이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이야기도 들려주는 시간을 가집니다.

▶차 한 잔을 두고 마주이야기
역시 짝수 달, 도서관장, 자문위원, 사서 등 느티나무를 꾸려가는 이들과 마주 앉아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엽니다.
학교 밖 문화교육과 시민사회교육 강좌

[어린이&청소년] 넓은 세상을 향해 나를 우뚝 세우기 위한 청소년들의 길 찾기

[주부&청년] 단계별 '글쓰기 강좌'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편집/기획 강좌', 인터넷을 통한 세대간 만남 '웹 강좌'까지 마련했습니다.

- 느티나무강좌의 목표는 "배워서 남 주자!" 강좌에 참여한 사람들은 도서관의 여러 동아리를 이끌고 소식지를 펴내는 등 여러 모양으로 지역사회 일꾼이 될 기회를 만들어 갑니다.

아낌없이 주는 문화사랑방
느티나무도서관 서비스는 이렇게 다르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해요. 그러고 들어서면 책 읽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기다립니다. 블록을 쌓으며 노는 아이들, 아이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 마실온 엄마들마냥 낄낄대며 수다 떠는 사람들, 긴 책상에 둘러앉아 책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그네 타는 아이들도 있어요.

또 어디에서나 보기 어려운 도우미들도 있어요. 빨강, 파랑, 초록 앞치마를 두르고 바코드를 찍는 아줌마,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줌마, 책 꽂는 아줌마 등등. 이 도서관에서는 사서 눈치 안 봐도 되고, 보고싶은 책을 사달라고 말할 수도 있고, 언짢을 때는 깔깔대는 아줌마들 사이로 엉덩이를 들이밀고 함께 웃을 수도 있어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근엄한 얼굴을 한 도서관과 무척 다르죠? 느티나무도서관은 어쩌면 책과 서가가 있는, 마을 어귀에 서 있던 넉넉한 정자나무에요.

언젠가 한번은, 도서관에 모인 아이들을 둘로 나누어 노래를 불렀답니다. 노래를 정하고 시작하려는데, 한 아이가 말했어요. "음악이 없잖아요?" 그 말에 우리는 도서관 주방에서 냄비 뚜껑을 모두 들고나와 흔들고 두드리며 지붕이 떠나가라 노랠 부른 적이 있었어요. 신바람난 아이들은 한 번 더 하자면서 국자와 숟가락까지 들고 나왔답니다. 참 신나게 놀았어요. 지난해 어린이날에는 도서관에서 연극도 했어요. 몸빼바지와 한복 속바지 입고 말이에요.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잡아 당겨 보고 들춰 보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뭐든 해 볼 수 있어요. 오히려 책만 빌려가면 미안한 생각도 든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 가면, 책뿐만이 아니라, 함께할 사람들이 있고, 함께할 일들이 있고, 신나게 놀 수 있어요. 도서관이 지식을 나누는 곳이라면, 책 이야기를 듣는 곳이라면, 그래서 문화를 좀더 멋지게 만드는 곳이라면, 이곳처럼 아낌없이 주는 문화마당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손정선(어린이독서동아리 ‘책또러 도우미)

느티나무도서관, 그 따뜻한 책익는 마을
내 삶을 거듭나게 한 공동체

날마다 아침 10시면 느티나무도서관에 간다. 조금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모습으로 들썩거릴 도서관 한켠에서 하루를 연다. 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살이에 매달려 있던 3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내 모습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웃집 소개로 알게 되었고 가끔 책을 빌려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독서회 모집 안내문을 보았다. 나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독서회에 들었다. 독서모임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아이와 남편이 모든 것처럼 느껴졌던 내 삶에 새 물꼬가 텄다.

좀더 많은 시간을 느티나무에서 보내면서 삶이 바뀌었다. 지지난해 사무국이 만들어지면서부터였다. 작은 일을 맡게 되었는데, 도서관에서 얼마나 많은 행사를 치러내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2003년에 느티나무문화재단이 만들어지면서 나는 재단 사무국에서 자원활동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가끔 멈칫거려지기도 한다. 일을 적당하게 맡으면 내가 좀 편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느티나무는 나를 자극한다.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니라 이웃과 어떻게 관계맺을 것인지 고민하라고,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함께 숨쉬고 있는 '우리'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게 되고, 독서모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날마다 도서관 문을 나설 때면 그날 만난 사람들의 얼굴과 말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얼마나 정겹고 푸근한 모습인지 모른다. 느티나무에서 만난 사람들이 만드는 그 따뜻한 공동체가 나에게 점점 더 소중해짐을 느낀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책이 꽂힌 박물관 같은 곳이 아니다. 책을 거쳐 사람을 만나고, 박제된 책 속의 지식을 되살려내는 공동체 삶이 있다. 책이 있는 정겨운 마을,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김은정(느티나무문화재단 자원활동 간사)

고기마을에도 도서관이!
마을도서관, 도서관네트워킹이 절실하다

우리 마을은 수지 번화가에서 20리 정도 떨어져 있다. 어른들은 차가 있어 필요할 때마다 나다니지만 아이들은 1시간에 한 번 오는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마을은 섬 같은 곳이다.

5년 동안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아이들의 호기심, 지적, 문화적 욕구,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창의력, 상상력, 이 모든 것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마을에도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 무엇보다 먼저 장소가 문제였다. 가장 좋은 곳은 마을회관이 아닐까 싶어 사람들과 의논해보았다. 장소 문제는 쉽게 풀릴 것 같다. 다음은 어떤 책을 무슨 돈으로 채울 것인가? 누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도서관이 할 수 있는 문화행사도 많을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도서관학교 강의를 들었다. 그러면서 도서관네트워킹이라는 가능성을 보았다. 책 관리와 운영방법과 같은 노하우는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돈은 후원회를 만들고 열심히 뛰면 마련할 수 있겠지. 또 느티나무도서관을 비롯해, 공립도서관에서도 3달을 기한으로 책을 빌리고, 되돌려주고 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문화행사는 오히려 우리마을 도서관에서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 마을은 공기도 좋고 터도 넓다. 그러고 보니 마을마다 도서관이 하나씩 있어서 네트워킹이 잘 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다.

나는 그런 네트워킹에 기대어 우리마을 도서관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도서관이 책만을 보관하던 아주 옛날의 그것과 달리, 문화를 가꾸고 키우는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안홍택(고기교회 목사, 느티나무도서관 방과후 선생님)

찾아가는 도서관
우리 손으로 만드는 지역 소식지 "우리 마을 이야기"

책읽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도 넓히고 글쓰기강좌를 통해 기량도 닦은 느티나무 식구들이 우리 삶터 곳곳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따뜻한 이야기와 알뜰한 정보를 담은 작은 책을 펴내려고 합니다. 건강한 지역문화를 이끌어가는 풍성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이웃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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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