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그 도서관이 책으로 버스킹을 하는 이유_독서신문, 2022.8.13.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22-08-13 조회수 : 834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재탐색하시겠습니까?’

어느 오후, 한 카페 앞에서 이런 문장을 마주친 당신은 머뭇거리다 문을 연다. 곳곳에 도서관 라벨이 붙은 책과 자료가 비치돼 있다. 여기는 카페인가, 도서관인가. 그때 사서가 다가와 편하게 머물다 가시라며 인사를 건넨다. 그렇다. 여기는 도서관이다. 적어도 책과 사서가 이 공간에 있는 동안은 말이다. 당신은 원래 계획했던 대로 커피를 마실 수도, 친구와 수다를 떨 수도 있다. 내킨다면 책을 가져와 읽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예고 없이 시작되는 버스킹처럼, 도서관이 당신의 일상 속에 문득 펼쳐진 것뿐이니까.

경기 용인시의 사립 공공도서관인 느티나무도서관이 용인 용담저수지 앞 카페 비건드에서 진행한 여덟 번째 ‘컬렉션 버스킹’ 이야기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지난 2019년부터 도서관은 어딘가에 붙박여 있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사서들이 직접 엮은 추천도서 컬렉션을 들고 시민들을 찾아가는 시도를 꾸준히 해 왔다. 이번에는 ‘경로 재탐색’이라는 큰 주제 아래 열두 개의 소주제로 이루어진 사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컬렉션 제목에는 ‘생존을 위한 멈춤’, ‘심플 라이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비건은 어렵고 어렵지 않아’, ‘제가 꼰대라고요?’ 등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다양한 고민이 담겼다.


햇살 잘 드는 카페에서 관심 주제로 엄선된 책을 살펴보는 일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데, 옆에서는 사서가 눈을 빛내며 “질문을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단순히 책의 위치를 찾아 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요즘 하는 고민이나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사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도움이 될 책과 정보들을 찾아 주겠단다. 한편 제목이 공감돼 들춰 본 책 맨 앞장에서는 추억의 ‘도서 대출카드’를 연상케 하는 종이가 튀어나온다. ‘먹고살기 힘들다….’ 앞서 책을 읽은 사람이 남긴, 간단하지만 진솔한 감상평이다. 평범했던 하루가 우연히 만난 책을 통해 풍성해진다.

책으로 버스킹을 벌이는 이 도서관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지난 4일, 컬렉션 버스킹 현장에서 느티나무도서관의 김차경 선임사서와 잠시 마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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