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마을공동체의 아지트, 도시에서 서로 관계를 맺어주다

작성자 : 영남일보 작성일 : 2025-02-28 조회수 : 22




[지금 이곳] 사람과 사람을 잇는 '용인 느티나무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은 비영리 공익법인인 느티나무도서관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 공공도서관이다. 뜻있는 시민들의 후원 등으로 운영된다. 2000년 아파트 단지 상가 지하에서 사립문고로 시작해 2007년 11월 현재 위치로 신축 이전했다. 당시 박영숙 관장은 "동네에 느티나무 한 그루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해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배우고 나누는 공간입니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은 도서관의 정체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기 용인 수지구에 위치한 느티나무도서관은 도서 대여를 넘어 주민들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로 자리잡은 이곳에 최근 방문했다.


동네에 느티나무 한 그루 같은 공간 있으면 하는 바람서 시작, 2000년 아파트 상가 지하서 첫발

느티나무도서관은 비영리 공익법인인 느티나무도서관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 공공도서관이다. 뜻있는 시민들의 후원 등으로 운영된다. 2000년 아파트 단지 상가 지하에서 사립문고로 시작해 2007년 11월 현재 위치로 신축 이전했다. 당시 박영숙 관장은 "동네에 느티나무 한 그루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해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이란 이름답게 나무처럼 넝쿨이 도서관 외벽을 감싸고 있다. 내부도 흥미롭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구성된 도서관은 각 층마다 특색이 있다. 지하 1층엔 인턴 사서를 모집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비사서 아지트,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 뜨랑슈아, 도서관의 활동을 자료로 아카이빙 해둔 공간 등이 있다. 1층에는 인문·사회·과학 등의 자료가, 2층엔 문학 작품과 시리즈물, DVD 등이 비치돼 있다. 3층엔 공유부엌, 식당, 텃밭 연습장, 메이커 스페이스(각종 장비 및 기기를 갖추고 창작 활동을 하거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방) 등이 있다.





지역·주민들의 고민…세상을 담다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1층에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사회를 담는 컬렉션'이다. 특정한 사회적 주제를 선정해 책, 기사, 논문 등 관련 자료를 모아둔 컬렉션이다. 좋은 삶을 위한 정치경제, 시민의 탄생, 변화하는 세상, 사소하지 않은 일상 등의 컬렉션이 있다.

컬렉션의 주제는 비정기적으로 바뀐다. 사서들이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문제, 주민들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고민, 지역 사회의 이야기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중요한 건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나이, 성별, 인종, 장애 등을 막론하고 누구나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적을 비치한다. 도서관 청소년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임서영(18)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데, 청소년 시기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주제들을 도서관에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컬렉션을 바탕으로 '버스킹'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명 '컬렉션 버스킹'. 주제별 컬렉션을 들고 지역 곳곳의 시민을 만나는 프로젝트다. 2019년 전주시청을 시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 경기 수원의 맥주펍, 용인 내 서점 등 총 17회에 거쳐 다양한 장소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지난해 10월28일부터 11월11일까지 진행된 버스킹의 경우 경기 4대 시장이라 불리는 파주 봉일천시장에 방문했다. 시장 내 가게의 이야기와 관련된 컬렉션을 하나씩 들고 주인장들을 찾았다. 모녀가 운영하는 카페엔 '엄마와 딸 사이', 50년 단골 손님을 보유한 이발소엔 '걱정을 잘라드립니다'의 책들을 들고가는 식. 각 가게에 '상점 도서관'을 꾸려 해당 컬렉션의 책들을 오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컬렉션 버스킹이 더 많은 도서관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올해는 전국 도서관을 대상으로 컬렉션 버스킹 공모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참여 도서관이 컬렉션 버스킹으로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확장하고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둔다. 2곳을 선정해 사업 컨설팅과 사업비 5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신청은 다음 달 14일까지 받는다.

도서관이 '다양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용객들도 다양하다. 3층으로 올라가니 한 이용자는 요리를 하고, 한 어린이는 공방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신문을 스크랩하고 있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마을 공동체'이기도 하다.

이날 3층에 위치한 식당 '제로쿡'에서 만난 손선영씨는 도서관 이용자에서 식당의 주인장이 됐다. 직장을 그만둔 후 동네를 돌아다니다 도서관을 우연히 발견하고 마음에 들어 즐겨 찾았다. 손씨는 집에서 취미로 수제맥주를 만들었는데, 한 번 만들면 20병씩 나와 마땅히 보관할 공간이 없었다. 그때 "도서관에서 식당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박 관장의 제안으로 제로쿡을 열어 음식과 맥주를 만들고 있다고.



지난해엔 인근 경로당에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기도 했다. 도서관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경로당에서 밥을 지어 어르신들과 함께 먹었다. 어르신들을 '선배시민'이라고 부르며 자존감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후 어르신들은 도서관에 신뢰를 갖게 되면서 도서관의 제안으로 '반찬나눔'에 참여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과 경로당에서 반찬을 만들어 동네 가구들에 1주일에 한 번씩 전달한다.

이용객들은 도서관 인근 텃밭을 가꾸기도 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지역의 농부들을 찾아가 일손을 도울 때도 있다. 혼자 읽기 힘든 책을 같이 모여 읽어 나가는 '낭독+회' 모임도 연다. 이처럼 지역사회와의 연결은 이용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질 때가 많다. 박 관장은 "주민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고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영남일보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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