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한 사립 공공도서관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고 했던가? 9년 전 평범한 주부였던 박영숙(43·느티나무 재단 이사장 겸 도서관장)씨가 상가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거라는 건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오직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박씨의 진심은 통했고, 마침내 재단까지 설립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박씨는'정숙'과 '교육'만을 강조하던 기존 도서관의 틀을 거부한 채 온전히 아이들이 행복한 공간을 만들기에만 골몰했고 그 결과 아이와 함께 맘 편히 책을 읽고 싶었던 엄마들이 도서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9년째 꾸준히 도서관을 찾고 있는 원년 멤버이자 느티나무 도서관의 산증인인 주부 김양열(43·수지구 풍덕천동)씨는 해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가는 도서관을 지켜보는 감회도 남다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시간을 쪼개고 물질을 나누고 사랑을 보태 일군 공간이에요. 단순히 책 읽는 곳이 아닌 꿈을 만들어내는 '드림 팩토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도 그럴 것이 느티나무 도서관은 시·도에서 지원 받는 자료 구입비 이외의 모든 운영비를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을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모든 장르의 3만여 권이 넘는 책들과 2000여 종의 영상물 등 각종 시설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구석구석 배려가 차고 넘치는 공간
1층에서 지하 '아랫마당 놀이터'로 이어지는 통로 미끄럼틀에서 만난 민준(6)이에게 이곳은 도서관이라기보다 '책이 많은 놀이터'에 가깝다. "꼭 파주 헤이리를 찾은 기분이에요. 오히려 훨씬 편안하고 아늑하죠. 일단 아이들을 일일이 통제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아이가 도서관 곳곳에 숨겨진 재미있는 공간을 찾아 다니다가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주부 황미희(39)씨의 딸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에 마련된 '다락방'이란다. 그뿐만이 아니다. 입구에 마련된 책 그네며 유아들을 위한 '꾸러기 방', 엄마들을 위한 지하 북 카페 '나무'까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의 넓은 공간 곳곳에는 이용자들을 위한 무한한 배려가 숨겨져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책과 녹음 도서까지 구비된 걸 보고 감동받았다"는 김경연(42)씨는 지하 북 카페와 옆쪽에 딸린 놀이마당이 가장 고맙단다. 북 카페에서 파는 음료(1000원)와 커피(2000~3000원대), 쿠키(1000원)와 토스트(1500원)의 판매 수익 역시 도서관 전기요금과 냉·난방비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차 한잔도 의미 있게 마실 수 있다고. 별도의 식당이나 매점이 없기 때문에 간식이나 식사는 각자 지참해야 한다.
책 읽어주기, 이야기극장 등 매일 다양한 독서행사 열려
느티나무 도서관에선 프로그램이나 수업 같은 단어들이 낯설다. 그저 뜻 맞는 사람들끼리,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 재미있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평일 오후 3시마다 진행되는 '책 읽어주기'와 수요일 오후4시 지하 강당에서 열리는 '이야기극장',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는 '아기랑 그림책 나들이' 역시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 대부분의 활동이 자원 활동 도우미들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으니 더욱 놀랍다.
Plus info
위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882-3호
운영시간: 매주 목요일을 제외한 월~토 오전 10시~오후 6시 / 일요일 오후 1~5시(매주 목요일, 명절 연휴, 법정 공휴일 휴관)
입장료 및 회원 가입비: 무료
문의: (031)262-3493 www.neutinamu.org
글 이승연 객원기자 | 사진 이구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