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과 나눔 이주연 컨설턴트 님이 박영숙 관장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셨습니다. 해당 인터뷰 전문을 공개합니다.
20년 연속 기획 천명의 펀드레이저를 만나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
“책의 힘을 믿습니다, 사람을 가슴 뛰게 만들 수 있다는 그런 힘을 믿고 그걸 누구든지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1천명의 펀드레이저를 만나다’ 에서는 느티나무도서관의 박영숙 관장님 도서관과 모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5월에 많이 바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5월 이라서 특별히 바빴던 것은 아니고요. 도서관이란 곳이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지내야 하고, 부딪치는 곳이라 보니 항상 정신 없이 바쁩니다.
관장님, 도서관 이름을 느티나무도서관이라고 지으셨는데요 사연이 있으신가요?
한국사람들에게 느티나무 하면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잖아요? 느티나무가 마을의 상징인 것처럼, 이 도서관도 이 동네의 느티나무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느티나무라고 지었어요.
어떤 계기로 느티나무도서관을 개관하게 되신 건가요?
마을의 느티나무 한 그루처럼 누구든지, 언제든지 찾아와 서로 바라보면서 배우고, 느끼고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도서관이라고 이름을 가지고 시작하건 아니예요. ‘아이들이 공부에 가르침을 당하느라, 가르침이 넘쳐서 힘든 세상인데 자기 스스로 배우면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사유하고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이 사방으로 둘러 쌓여서 누구든지 와서 책을 같이 보고 어울리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도서관이었습니다.
“책이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믿고 그걸 누구든지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편이신가봐요?
네,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책의 힘을 믿죠. 책이 사람의 가슴 뛰게 만들 수 있다는 걸요. 그걸 누구든지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힘’을 경험한 적이 있으셨어요?
네 그럼요. ‘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이런 건 할 수 있겠다!’ 사람들 또는 세상에 대한 신뢰가 생겨야 뭔가를 해 볼만하잖아요. 책 속에는 굉장히 다양한 시대, 역사, 문화,많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그걸 같이 읽어가는 시간 동안 어찌 보면 내가 다양한 삶을 같이 조금씩 살아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 속에서 말하고 있는 그 공간이 아니어도, 그 책을 읽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음으로써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에너지, 힘을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용기가 된다고 봅니다. 저는 책을 본다는 건 사람들이 밥을 먹는 것처럼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느티나무 도서관 개관에 필요한 재정은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처음에는 “아! 누가 이런걸 한다.” 그런 정도였어요. 아직까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왜 도서관에 기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 같아 쉽게 기부를 요청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우연치 않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죠 그 지원금을 받게 되면 처음에 갖고 있던 도서관의 의미를 훼손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고민 끝에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지켜내는 쪽으로 선택을 했죠. 그렇게 지켜내다 보니 주변에서 저희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겨났고, 그 분들이 힘이 되주셨어요.
느티나무 도서관도 사립도서관으로서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운영하는데 부족하진 않나요?
도서관을 만들고 나서 알 수 있었는데요. 도서관 운영 하는게 ‘밑 빠진 독’같아요. 사실상 책을 구입하는데 사용되는 돈은 생각만큼 많이 들지 않아요. 오히려 도서관을 운영하는 인건비, 시설유지비 부분에서 돈이 많이 듭니다. 예산은 늘 부족했지요. 저희가 도서관을 2000년도에 개관했는데요, 그 기간 동안에 예산이 많이 빠듯하다 보니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기부를 받는 거였고, 재단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2003년도에 느티나무 도서관 재단이 출범하게 됐습니다.
관장님께서는 주로 어떤 업무들을 하시나요? 모금관련 업무들도 맡아서 하고 계신가요?
도서관의 전반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고자 강연도 나가고 원고도 쓰고 있구요, 사실 강연이나 원고를 쓰는게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아무래도 저희 도서관을 알리는 부분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모금활동은 거액 기부는 저를 비롯한 이사진들이 감당해왔고, 소액 기부는 직원과 자원활동가들이 모두 함께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 들어 모금을 담당할 팀을 꾸렸지만,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해야 할 업무가 워낙 많기도 하고 모금과 서비스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 팀에서도 모금만 전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 그렇군요. 그럼 초기에는 어떻게 모금활동을 하셨나요?
사실상 저희 재단이 본격적으로 모금활동을 시작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도서관 5주년 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마다 개관기념일에 이용자들과 함께 작은 생일파티를 준비해 떡을 나눠먹는 게 전부였는데, 5주년을 맞으면서 처음으로 도서관 이용자분들, 꾸준히 기부하고 계시는 기부자분들 그리고 동네 주민분들 함께 모여서 음식도 먹고, 도서관 이야기, 작은공연 등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기부를 하셨어요. 그때 아파트 지하에 있던 도서관을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서 모금을 시작했고, 처음으로 CMS계좌를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활동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모금활동을 하고 2년 반 만에 지금 이 도서관으로 이사를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을 개관하고 나서 지역주민 분들의 반응은 어떠셨었어요?
동네 주민 분들이 여기를 처음에는 자선단체라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 동네가 개발지역이다 보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도서관에 왔었습니다. 책을 읽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밥 먹는 아이들도 30명이 넘었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저를 관장님 이라고 부르는 아이들도 있지만 저를 “원장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밖에서 저희를 보육원 같은 곳으로 인식을 하시더라구요. 사실 원장님이라는 말이 듣기 싫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일어설 수도 있겠지만 도움을 받지 않고 서로가 나누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 그래서 지역의 로터리 클럽이나 지역 봉사 활동하시는 분들이 연말이 되면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는데 할 곳이 없으니깐 저희 도서관에다가 쌀을 주셨습니다. 저희는 그런 자선단체가 아니었기에 받은 쌀은 다시 되팔아서 책을 사기도 하고, 쌀 사가시는 분들께 저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도 해드렸습니다. 지금은 이 곳을 이용하시고 거쳐가시는 분들이 많으셨기에 10년 전 보다는 많이 알고 계시지만 아직도 주민 분들 중에서 저희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도서관을 혼자서 운영하시기에는 벅차셨을 것 같습니다. 지역주민분들이 도서관운영에 도움을 주셨었나요?
초창기 때, 한 아이의 어머님께서 찾아오셔서 제 몫까지 일을 해 주셨어요. 음.. 그 어머님의 아이가 장애가 있어서 학교가 끝나고 나면 갈 곳이 마땅히 없었는데 저희는 책도 있고 오면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이가 어머님한테 느티나무도서관 가자고 졸랐다고 해요. 그때 또 제가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된지라 아이도 돌보면서 도서관을 운영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그 분이 저한테 앉아 있으라고, 본인이 도와 주겠다고 하시면서 자원활동가로 함께 했죠. 그분이 저희 자원활동가 1기 예요. 그 외에도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셨었습니다. 밤에 도서관 앞을 청소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빗자루 들고 묵묵히 청소를 도와주셨던 아버님부터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까지 많이 도와줬죠.
느티나무 도서관은 지역주민 분들이 만들어 나가는 공간인 거군요. 도서관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으셨을 때가 언제였나요?
아이들이 청소년이 돼서 자기 주변의 사람들의 삶만 보면서 그 세상이 전부인줄로만 알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저는 안타깝고 두려워요. 그래서 아이들이 사람들하고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했어요. 도서관에서 만나는 관계들은 자유롭고, 편하고, 친구 같으니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청소년 시기에는 감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예민하다 보니, 누군가가 아주 호의를 가지고 다가와도 누가 나를 가르치려거나, 교정하려거나 혹은 불쌍하니깐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건 고맙지만 마음은 편치 않으니까 밀쳐내기 쉽잖아요. 도서관은 친구같이 만나게 되니까 아이들이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관계들이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나중에는 자기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나 자원활동가들의 아이들이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거리낌 없이 그들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모습을 봤을 때, 우리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에서 이뤄질 수 없는 풍경들을 봤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어린이도서관에서 사립공공도서관까지 느티나무도서관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많은 고충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려움을 극복하고 끝까지 이겨낼 수 있었던 배경이 있으신가요?
힘든 것도 사람 때문이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사람 때문인 것 같아요. 물론,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도서관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서 일해야 하는 곳이고, 그 일하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사람과 사람과의 어려움들이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그런 힘들었던 부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를 든든하게 믿어주는 사람들, 도서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확인시켜주는 사람들 (여기서 자라난 아이들, 자원활동가분들, 이용자분들) 그리고 멘토의 역할을 해준 사람 때문에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누구나가 책을 읽을 권리가 있고 또 우리가 기꺼이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이런 노력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혹시, 느티나무 도서관을 후원하고 응원하시는 분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부자분이 계신가요?
느티나무 도서관의 존재에 대해 필요성과 절대 신뢰를 갖고 꾸준히 도와주시고 계신 분들이 기억에 남죠. 그 분들을 통해서 인정이나 확인을 할 수 있었기에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분들 외에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분들 중에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한 아이는 도서관에서 숫자 새는 것부터 계단을 오르는 것까지 깨우쳤었는데 어느 날 그 아이의 돼지저금통이 꽉 찼길래 저금통을 깼데요. “ 이 돈으로 뭐 할거니?”라고 물었더니 “느티나무도서관에다가 가져다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돼지저금통을 안고 저희에게 온 아이. 여기서 성장기를 다 겪고 20살이 된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은 돈 중에 자신의 담뱃값 2500원을 포기하고 저희에게 기부를 했던 아이. 그렇게 저희를 감동시키는 이용자들이 많이 있어서 힘이 나죠.
관장님께서는 앞으로 느티나무도서관이 어떤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신가요?
도서관은 공공성의 보루인데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책이 필요한 잠재이용자들 말고 진짜 책으로부터 소외된 잠재 이용자들한테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함께 하며 진짜 문턱이 없는 도서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책에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길거리에 노숙인이 책을 읽고 있으면 ‘저런 사람이 책을 읽어’ 이런 반응들. 사실 누구나가 책을 읽을 권리가 있고 또 우리가 기꺼이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이런 노력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진짜 문턱이 없는 도서관으로 느티나무도서관이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오늘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관장님의 바램처럼 느티나무 도서관뿐만 아니라 모든 도서관이 문턱이 없는 도서관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바쁘신 중에 인터뷰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