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느티나무도서관…10년째 이주민들에 도서대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한 이주노동자센터에 몽골어와 스리랑카어로 된 책을 600권 가까이 장기 대출해주는 도서관이 있다. 경기도 용인 수지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이 바로 그곳.
10일 비영리재단인 느티나무도서관재단에 따르면 이 도서관은 지난해 11월 성공회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과 협약을 맺고, 몽골 책 342권과 스리랑카 책 248권 등 590권을 1년 동안 '단체대출'이라는 형식으로 빌려줬다.
도서관이 전부터 소장하고 있던 책들에 더해 이주민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신간 도서들도 새로 구입해 건넸다. 또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그림책과 다문화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책 207권을 기증하기도 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이 이주노동자들과 맺은 특별한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도서관은 2005년 동남아시아 쓰나미 피해 당시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모금운동을 벌여 스리랑카에 지원금을 보냈는데, 스리랑카 주민들로부터 그 돈으로 책과 아이들을 위한 공책을 샀다는 답장이 왔다.
도서관은 이후 용인 지역에 있던 한국CLC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와 교류하며 이주민들에게 책을 지원하는 활동에 나서 2005년부터 스리랑카, 베트남, 필리핀, 몽골, 네팔, 방글라데시 등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지역의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들 지역의 책을 들여오는 상인이 없어서 각국 대사관이나 문화원에 연락하거나 개별적으로 여행하는 이들에게 책 구입을 부탁해야 했다.
그렇게 2년여간 모은 책을 2007년 한국CLC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에 '단체대출'을 해줬고, 센터 는 이 책으로 '작은느티나무문고'를 설치했다. 이 문고는 지난해까지 6년간 운영되다가 센터가 이전하면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얼마 뒤 성공회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에서 스리랑카 책을 구입하고 싶다며 도움을 청했고, 느티나무도서관은 샬롬의 집에 다량의 책을 '단체대출' 형식으로 빌려줬다.
샬롬의 집은 빌려 온 책으로 '무지개도서관'이라는 작은 문고를 꾸몄고, 이 도서관은 지난 7개월간 파주 지역 이주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다. 특히 역사책이나 소설책이 인기가 많다.
샬롬의집을 운영하는 성공회 이종민 신부는 "몽골과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이 책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센터 안에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게 됐다"며 "느티나무도서관에서 가져온 소설책들을 특히 많이 빌려간다"고 전했다.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의 노영주 상임이사는 "느티나무도서관은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도서관에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서비스하려고 애써왔다"며 "파주 이주노동자센터와의 단체대출 협약은 우선 1년이지만,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