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용인여성] 느티나무 그늘이 그리워질 때 (2002. 여름)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5-03-07 조회수 : 4,584

(용인여성 2002년 여름호) 사람과 공간 / 느티나무 도서관을 다녀와서 느티나무 그늘이 그리워질 때 글 / 김현순 지난 토요일 오후 3시. 용인시 수지2지구 신정마을 소재 느티나무도서관을 찾았다. 마침 도서관 입구에서는 어떤 이가 열심히 칸막이 보수공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이 도서관은 출입구부터 재미있었다. 도서관 입구를 드나들 때 우선 계단을 이용하는 바업ㅂ과, 또 한 가지 혹시나 쑥스러워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아이들을 배려해서 그랬는지 단번에 미끄러지듯 쌩하니 들어갈 수 있는 미끄럼틀로 되어 있었다. 만일 출입구에 아무도 없었다면 아마 나도 딸아이와 함께 미끄럼틀을 타고 신나게 도서관에 들어갔을 것이다. 출입구부터 세심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한 것이 이 도서관 관장의 마음 씀씀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출입구에서 웅크리고 앉아 열심히 칸막이를 보수하던 바로 그가 이 재미난 느티나무도서관의 관장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 보수는 제 손으로 직접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다칠까봐 우선 위험한 부분만 고치고 있지요." 도서관장의 말이다. 도서관 안을 둘러보았다. 아이들 눈높이에 맡춘 서가에는 굳이 책 고르기를 할 필요도 없이 그 어떤 책을 꺼내 보아도 무방할 만큼 좋은 책들로 벽면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군데군데 이야기 방, 꾸러기 방, 달팽이 방 등이 마련되어 있어 또래끼리 그 곳에서 정답게 얘기도 나누고 책도 함께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유아인 경우에 포근히 쉴 수 있는 침실이 준비되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네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비디오, 오디오 자료도 충분히 비치되어 있어, 책과 함께 언제든지 대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평소에도 토요일 이 시각이면 언제나 책을 보는 아이들과 어른들로 가득했었다.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엄마가 읽어 주는 동화책을 듣고 있는 아이와 그네에 앉아서 책을 읽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분명 한 눈에 보아도 여느 도서관과는 확연히 다른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관장(박영숙, 37)을 비롯하여 여러 도우미들의 자원활동만으로 운영되고 잇는 비영리 사립문고라 한다. 지난 2000년 2월에 문을 연 이후 그 동안 계속해서 식구가 늘어 가족단위 회원수가 1,400여 가족에 이르고, 전체 자료 수는 8,500여 권이며, 하루 평균 자료 대출건수가 500여 권 가량 되고 있다고 한다. 느티나무도서관은 단순한 자료대출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더욱 흥미를 느끼게 한다. 우선 회원들이 이끌어 가는 동아리로서 어머니독서회, 이야기극장, 엄마동화방, 꼬마 또래방 등이 있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공부방에서는 결식아동 30여명을 꾸준히 돌보고 있다고 한다. 학기 중에는 방과후에 아이들에게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독서, 그림, 인형극, 빛그림 공연, 주제강좌, 환경탐사, 현장학습)들과 더불어 그림 그리기를 통한 심리치료까지 함께 하고 있으며, 방학 때는 공부방 아이들과 온 종일 함께 생활한다고 한다. 관장과 도우미들의 따듯한 마음에 절로 고마움이 느껴진다. 아무런 외부의 지원도 없는 이와 같은 사립도서관에서 어떻게 이처럼 다양하고 풍부한 활동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참으로 많은 일을 소리 없이 해오고 있었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박영숙 관장은 간단히 답했다. "일은 자원활동 하시는 도우미들이 다 하시구요, 공부방 아이들은 그냥 이웃집에 마음대로 드나들 듯이 그렇게 하고 잇어요. 옛날에 옆집에 어른이 안 계시면 당연히 이웃집에서 밥을 먹였잖아요. 뭐 그런 거지요." 박영숙 관장은 마치 우리가 어렸을 적 시골동네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커다랗고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처럼 이 곳 수지에서 묵묵히 소중한 역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영숙 관장은 말한다. "여건이 허락 된다면 뜰이 있는 곳으로 도서관을 옮기고 싶어요. 그래서 뜰 앞에 있는 큰 나무에 그네도 달고, 또 골목길이 있어서 아이들이 이곳 저곳을 자유롭게 뛰어 다니며 아무 때나 책을 볼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제 소원이랍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무시로 드나들며 마음의 양식을 쌓고, 남을 배려하는 푸근한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고, 또한 자원활동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박영숙 관장의 바람이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숨 죽여 살살 다닐 필요도 없고, 도서관 안에 있는 그네를 타고 책을 보다가 잠이 들어도 좋은 곳이다. 이 곳은 마치 유년시절의 동네 입구 느티나무 아래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 둘씩 마을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처럼 그렇게 꾸밈없는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도서관이다.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이 그리워지는 한여름 무더위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정겨움과 함께 더위를 이겨내는 여유로움을 느껴봄이 어떨까 생각된다. (문의. 262-3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