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박영숙/알마
경기도 수지에 가면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이 있다. 주부 박영숙(40)씨가 7년 전에 만든 40평 규모의 마을 도서관이다.
“그저 아이들이 아이들다운 모습으로 어울릴 곳을 바랐다. 경쟁과 평가 대신 어울림과 나눔이 있고 선생님 대신 이웃과 친구가 있는 곳이라면 아이들이 격려 받고 자극 받으면서 맘껏 호기심을 키우고 잠재력을 펼칠 거라 믿었다.”
이렇게 시작된 도서관은 지금 마을 어귀의 굵은 느티나무처럼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런 도서관이 우리 마을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추천사에서 밝힌
도종환 시인의 부러움은 우리 모두의 부러움이기도 하다.
박영숙 관장이 쓴 이 책은 도서관이 아이들의 삶에 일으키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한 편의 동화처럼 읽힌다. 잔잔하고 따스하며 흐뭇하다. 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특히 지치고 외로워하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며 세상에 대한 믿음을 전해주는 어른들의 존재가 이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박 관장은 도서관을 만든 과정과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를 동화 읽어주듯 들려준다. 아이의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이야기에는 아이와 교육,도서관에 대한 중요한 사유를 담고 있다. 아이들은 제 힘으로 자란다,고단한 부모 대신 기댈 언덕이 되자,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어른이 배워야 한다,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른에게 아이들은 너그러움을 배운다 등 금쪽같은 얘기들이 가득하다.
박 관장은 자신을 “자라나면서 도서관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고 말했다. 지금의 어른들이 도서관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느껴진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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