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서정아기자]몇해전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어린이 도서관이 곳곳에 생겨났다. 공공도서관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나라에, 샘물같은 역할을 한 이 사설 도서관의 흐름 뒤에 '느티나무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처럼 용인이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기 전인 2000년 2월 문을 연 느티나무 도서관은 이제 지역의 도서관,문화시설,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느티나무 도서관의 '간장아줌마'(아이들이 '관장'을 잘못 발음해 굳어버린 호칭이 '간장'이다) 박영숙씨가 6년여간의 도서관 역사를 책으로 펴냈다. 제목은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씨가 전재산을 털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 상가 지하에 마련한 도서관은 애초부터 모든 사람들이 편안히 쉴 '느티나무' 역할을 목표로 했다. 그에 맞게 이 도서관은 학원가는 잠깐 사이 만화책을 읽으러 들르는 아이부터 부모의 부재로 갈곳이 없는 아이들까지, 그리고 경쟁위주의 공교육 및 사교육 체제에 지친 엄마들까지 모두가 어우르는 공간이 됐다.
책 내용 또한 도서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엔 상처받고 신음하는 아이들 그리고 엄마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바깥 세상에서 문제아로 치부된 아이가 이 도서관에서 꼬맹이 동생들의 형노릇을 하며, 책임감을 배운다.
처음엔 아이들 책 좀 읽히려고, 또는 잠깐이나마 아이에게서 해방되고자 도서관을 찾은 엄마들이 도서관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자신을 되찾고, 아이를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게 됐다.
어떤 유명한 사회운동가도 하기 힘든 일상에서의 공동체 만들기가 이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씨는 이를 '느슨한 공동체'라 칭하며, 느티나무에서 바깥 세상으로 조금씩 말을 걸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땀과 눈물이 배인 도서관 이야기를 읽다보면, 사설 도서관의 장점과 함께 한계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더 많은 공공도서관이 마을 곳곳에 들어서 좀 더 큰 느티나무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박영숙 지음/알마 펴냄/256쪽/9600원
서정아기자 se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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