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아이들의 책 읽기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요즘, 사재를 털어 책 읽는 도서관을 만들어 고군분투해 온 두 아이의 엄마가 책을 펴냈다.
주인공은 경기 용인시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장 박영숙(40) 씨. 박 관장은 용인이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기 전인 2000년 2월 느티나무도서관을 만들어 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시설과 사랑방으로 일궜다. 그가 6년여간의 도서관장 생활을 묶은 에세이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알마 간·256쪽·9800원)에는 아이들의 생활에 책을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담겨 있다.
박 관장은 “흔히 추천 도서목록의 책들을 순서대로 연령대에 맞춰 차곡차곡 읽어 나가면 책 읽는 아이들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지만 이것은 오해”라고 잘라 말한다.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이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책을 빼앗고 말지 모른다는 것이다. 박 관장은 책읽기를 놀이로 만들라고 제안한다.
“책과 친해지면 아이들은 모든 걸 배울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책 읽기를 숙제나 시험공부처럼 여기지 않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너도나도 주인인 도서관으로 가꾸는 일을 해왔다. 아이들에게 책 꽂기 겨루기를 시킨다든지, 영화관처럼 불을 끄고 책을 읽어준다든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동원했다.
박 관장은 “스스로 책 읽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책 읽기를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책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변하게 된 사연들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 학원 가는 길에 잠깐 만화책을 읽으러 들르는 아이에서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책을 통해 치유해가는 아이, 엄마 아빠가 모두 돈벌러 나가거나 조부모의 손에 길러지는 요즘 아이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문제아였던 아이가 도서관에서 꼬맹이 동생들의 형 노릇을 하며 책임감을 배우는 과정도 감동적이다.
박 관장은 어린이도서관과 마을공동체문화에 힘쓴 노력으로 2004년에는 독서문화상 문화부장관상, 2006년에는 국민훈장(여성가족부)과 미지상(미래를 이끄는 여성지도자상, 여성신문사)을 받았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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