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가을소풍을 다녀왔다. 지난 주말 한라수목원에서는 제주특별자치교육청이 마련한 ‘책들의 가을소풍’이 열렸다. 이날 책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가방에 책을 넣으며 소풍을 떠나는 설레임으로 아침을 맞았을 것이다. 더불어 책의 숲으로 가는 발걸음은 상쾌했을 테고, 이 가을에 그들만의 좋은 추억을 하나 보탰을 것이다. 책축제는 전시, 체험, 공연, 부대행사 등으로 제주도교육청이 의욕적으로 기획했다. 산책로에서 만나는 가을동화, 숲속 도서관, 음악회, 영상으로 만나는 그림책 등 듣기만 해도 행사는 풍성했다. 행사 이틀째인 22일에는 비가 내렸지만 많은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경기도 용인시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장 박영숙씨(40)가 에세이집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를 최근 냈다. 2002년 2월 도서관을 처음 만들어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접목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박 관장은 책읽기를 놀이로 만들라고 제안한다. 박 관장은 “책읽기를 숙제나 시험공부처럼 여기지 않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주도교육청이 마련한 책축제를 보며 어린이 독서교육에 대한 일단의 고민을 알게 해주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놀이로 만들라는 박 관장과 다양한 체험으로 놀이를 통한 제주도교육청의 책읽기 교육은 그래서 맥을 같이 한다. ▲우리에게는 글방이나 서당에서 책 한권을 다 읽거나 썼을 때, 스승과 함께 배운 친구들에게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풍습이 있었다. 바로 ‘책씻이’다. 국수, 송편이 주된 음식이지만 팥이나 콩, 깨를 넣는 송편은 학동의 지혜 구멍이 그렇게 뚫리라는 뜻에서 꼭 따라다녔던 음식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책씻이’가 사라졌다고 해도 어린이들에게 ‘책씻이’ 부활은 언제나 가능하다.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고, 다음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모나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송편은 아니지만 ‘책씻이’로 책을 선물하며 아이들을 격려할 때 그만큼 책의 숲은 무성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책의 숲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 갈 것이고 책들의 즐거운 소풍은 계속될 것이다. 김홍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