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중앙일보]동네 꼬마들의 10년친구 ‘이야기 극장’ (09.09.22)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09-11-09 조회수 : 5,003

보고 듣는 즐거운 동화나라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지난 10일 느티나무 도서관(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시청각실. 두 살배기에서 40대 주부까지 80여 명이 모여 파티를 열었다. 케이크엔 촛불 4개가 꽂혔다. 생일의 주인공은 상영 400회째를 맞은 ‘이야기극장’이다. 

400회 맞은 ‘이야기 극장’
“지연아, 와서 아줌마랑 같이 촛불 끄자.” 축가가 끝나자 자원활동가 윤혜연(39·수지구 풍덕천동)씨가 이지연(6·수지구 상현동)양을 불러냈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면 열리는 이야기 극장은 지연이에겐 의미가 각별하다. 첫돌이 지나고부터 엄마와 함께 이곳을 단골로 드나들며 자랐기 때문이다. 이때 만난 동화들은 지연이에게 듣기·읽기·말하기·생각하기의 디딤돌이 됐다.

“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연이가 자원활동가들에게 큰 절을 한 뒤 촛불을 껐다.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파티가 끝나자 이날도 어김없이 이야기극장이 이어졌다. “어린아이는 어른이 안아주시고요. 우리 친구들은 다른 친구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잡으세요. 자,첫번째 이야기는 ‘반쪽이’ 입니다. ” 깜깜하게 불이 꺼진 교실 안에 그림책을 찍어 만든 슬라이드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30분에 걸쳐 동화 두 편이 상영되고 그림자놀이가 보태졌다.

9년간 극장 꾸려온 이야기 아줌마들
녹록지 않았던 400회를 꾸려온 일등공신은 두말할 것 없이 ‘이야기 아줌마’라 불리는 자원활동가들이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이래 9년여 간 많은 이야기 아줌마들이 이곳을 거쳐가며 이야기 극장을 지탱해왔다. 현재는 5명이 맡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도서관 독서회 멤버다. 이야기 극장은 어머니 독서회 1기 멤버들에 의해 시작됐다. 초창기부터 활동해 온 채현숙(42·수지구 풍덕천동)씨는 “독서회 멤버들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까’를 토론하다가 이야기극장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이야기극장 정경미(40·수지구 풍덕천동)팀장은 “처음엔 쉽게 생각했는데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30분짜리 작품이지만 준비에는 몇 배의 시간이 든다. 주부인 이들에겐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상영할 책을 선정하는 회의부터 그림책을 일일이 찍어 슬라이드로 만드는 일까지-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 없인 엄두조차 못낼 일이다. “시작할 때만 해도 기증 받은 30여 개의 필름이 전부였어요. 매주 두 편의 동화를 상영하다보니 이것만으론 어림없었죠.” 김양렬(43·수지구 풍덕천1동)씨의 얘기다.

이야기 필름을 만들기 위해 사진작가를 초빙해 사진 찍는 법도 배웠다. 이후 매달 셋째주 토요일엔 도서관 옥상에 모여 그림책을 찍었다. 처음에는 100여 개의 필름을 목표로 삼았지만 좋은 동화책이 많아 ‘하나만 더’ 하다보니 180개가 훌쩍 넘었다. 채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셔터를 누르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이 일대에서 이야기 극장을 모르는 엄마는 거의 없다. 매주 자녀와 이곳을 찾는다는 곽은영(40·수지구 풍덕천동)씨는 “처음엔 내가 끌고 왔는데 이젠 아이가 먼저 극장에 가자고 조른다”며 “단순히 엄마들이 읽어주는 것보다 이렇게 영화를 감상하듯 동화를 접해 아이들이 더욱 좋아한다”고 전했다.

< 이유림 기자> < 사진=최명헌 기자 >


[사진설명]자원활동가 채현숙·김선화씨가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