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느티나무

[기획회의2014. 06. 20] 도서관에서 세계 최강 사서와 연애하다

작성자 : 느티나무 작성일 : 2014-06-25 조회수 : 5,122

[;.jpg
p;.jpg

 
세계 최강 사서
조쉬 해나가니 지음, 유향란 옮김, 문예 출판사, 2013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안정희 지음, 알마, 2014
 
심혜경 도서관 사서, 번역가 shk@sen.go.kr
 
 
여기 별안간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괴성과 싸우느라 자아성찰의 기회를 갖기 어려운 사서가 있다. 그의 이름은 조쉬 해나가니. 책에 대한 사랑으로 중증 투렛 증후군을 극복한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립 도서관의 사서다. 세계 최강 사서는 2m에 달하는 키, 120kg에 가까운 몸무게, 맨손으로 쇠막대를 구부리는 완력, 잠시도 조용히 있을 수 없는 장애를 이겨내고 세계 최강 사서라는 별명을 얻은 조쉬 해나가니가 쓴 책이다. 상상도 못할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히 영웅적이라 할 만한 성공을 거둔 인물이기에 이 책이 주는 감동은 특별하다. 또 책을 읽다 보면 이해와 사랑 그리고 웃음과 공감을 중요시하는 도서관 사서의 진실한 마음이 느껴져서 더욱 마음을 울린다. 독자들이 보기에는 영웅적인 삶의 주인공인 조쉬 해나가니는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자신이 어려울 때 포기하지 않게 도와준 가족과 친구들 및 책에 대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출 줄 아는 현명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투렛 증후군이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 목, 어깨, 몸통 등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목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질병이다. 투렛은 평생을 달고 살아야 할 고질병이자 꼬리표다. 투렛 증후군을 앓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문학작품으로는 조나단 레던의 소설 <머더리스 브루클린>이 있는데, 주인공인 라이어넬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무면허 탐정 생활을 하며 461쪽짜리 소설 한 편이 끝날 때까지 내내 입에 욕설을 담고 사는 인물로 그려진다. 최근에 나온 독일 영화 <빈센트:이탈리아 바다를 찾아>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가 투렛 증후군으로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27세가 되자,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투렛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고통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상처가 날 정도로 자신을 심하게 때리거나 쉴 새 없이 소리를 내고 의미없는 움직임을 멈출 수 없어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며 다니다 말기를 반복, 새가 모이를 쪼아 먹듯 강의를 듯 강의를 들은 끝에 마침내 영어 학사를 받기까지 10년이나 걸린 조쉬가 선택한 직업은 투렛 증후군에 정면 도전해야만 하는 사서였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힘센 사서가 되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평균적인 사서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그가 조용하고 차분하게 행동해야 하는 도서관의 사서가 되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렇게 조쉬가 장애를 극복하고 행복한 사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책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야기를 통해 삶을 이해”한다는 조쉬는 “나는 늘 천국이 일종의 도서관일 거라고 상상해 왔다”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의견에 우리가 동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핵심을 짚는 이야기도 해 준다. “도서관의 가치를 알려면 아이를 데려가 여기에서 무엇이든 다 배울 수 있다고 말해 주라.”
 
 
사서가 저자이니만큼 도서분류법인 듀이십진분류법을 목차에 적용한 발상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 책에는 도서관의 책을 원래 있던 자리에서 빼내 다른 곳에 숨기는 사람, 엉뚱한 질문과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도서관 이용자와 사서 간의 갈등 등 독자가 몰랐던 도서관의 속사정이 속속들이 펼쳐지므로 책을 사랑하는 도서관 생활자들에게 더없이 유익한 재미를 안겨준다.
 
 
한편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는 도서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작은 도서관의 롤모델인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북큐레이터인 저자는 수없이 많은 책 속에서 추천할 만한 책을 고르고, 때로는 몇몇 책을 컬렉션이라는 방식으로 묶어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도서관계뿐만 아니라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에게도 경험이 담긴 깊이 있는 조언을 건네기로 유명한 북큐레이터 답게 미취학 아이를 둔 부모가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초중고등학생들이 도서관을 어떻게 활용하도록 도와야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적절한 책을 적시에 인용하며 독자들을 도서관 월드로 불러 모으기도 한다. 특히나 뉴베리상 수상작인 로이스 로우리의 기억전달자를 읽은 저자의 기억을 전달하는 것으로, 오늘날 거대한 기억 전달자인 ‘도서관에서의 책 읽기’의 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육아와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라면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3장 [아이와 함께하는 도서관 활용법]에 가장 시선이 머물 것 같다. 취학 전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도서관의 위치와 조건을 일러주면서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단호한 조언을 잊지 않는 저자의 서술방식에서 신선함과 신뢰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도서관에 오면 끊임없이 “뛰지 마라, 조용히 해라”같은 말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또 4장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는 문학에서 말하는 사서의 세계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도서관과 사서에 대한 이야기, 사서가 쓴 책 등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판매되지 않지만 도서관 사서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 마거릿 메이가 쓴 <도서관 사서와 산적>을 보면, 사서는 어려운 일이 닥쳐도 힘들어하기는 커녕 놀라지도 않으며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도서관을 구한 사서>는 이라크 전쟁 당시, 3만 권이나 되는 책들을 지켜낸 바스라 중앙도서관 관장 알리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화 형식의 그림책으로, 그녀의 영웅적인 행동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여기서도 현명한 자, 즉 사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결정하며 집행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도서관계에 들어온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사서로 처음 일하기 시작했던 때처럼 어려움은 여전하다. 새내기 사서였을 무렵에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세계 최강 사서>와 같은 책이 나왔더라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한참을 돌고 돌아, 오랜 세월 기다린 끝에 만난 반가운 책들이다. 이 책들을 읽다 보면 어려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국가가 도서관을 건립해야하는 당위성을 모든 이가 쉽게 납득할 수 있어 더욱 마음에 든다. 어쩌면 이다지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책이 다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