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독회 한구절]『인간의 조건』
by 느티나무
그리스인의 불멸성에 대한 관심은, 죽을 운명인 개별적 인간의 삶을 둘러싸고 있던 불멸적인 자연과 신의 경험으로부터 생겨났다. 모든 것이 불멸하는 코스모스에 새겨진 불멸성은 인간실존의 보증서가 되었다. 인간은 ‘죽을 운명의 존재’이다. 실존에 있어서 유일하게 죽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동물은 인간과 달리 자신의 불멸적인 삶을 생식을 통해 보장받는, 오직 그러한 종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멸성은,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인식가능한 삶의 이야기를 가지는 개별적 삶이 생물학적 삶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개별적 삶이 다른 모든 것과 구별된다는 것은 그것이 직선적 운동의 과정을 가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생물학적인 순환운동의 삶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이 순환적 질서 내에서만 가능한 우주에서, 직선적 선을 따라서만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사멸성이다. p.68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한길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