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축제인지 몰라도 축제에는 무지개 옷이지, 하고 꺼내 입고 나갔더니 심지어 퀴어 퍼레이드였다.
그렇게까지 우연으로 TPO에 맞춰 옷을 입은 적은 인생에 또 없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곧바로 축제에 섞여 들어갔다. 그리고 그 퍼레이드는 완벽했다.
건물마다 지지의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바리케이드도, 혐오 세력도 없이 열린 광장에서
모두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플래카드는 종교 상징으로 쓴 '관용(Tolerance)'이었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위즈덤하우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