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 한구절]『아무튼, 술』, 김혼비 _ 낮술 낭독회
by 느티나무
이전까지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가 술이 나의 '원래', 그러니까 나를 구성하는 보다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술 쪽이 한층 더 애틋해졌다. 지금 거울 속에 있는, 내 얼굴뼈 위에 달라붙어 있는 깨끗한 피부보다도 술이 더 몸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오랜 세월 눈앞에 늘 친구처럼 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어렸을 때 헤어졌던 이복동생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산가족을 잘못 찾을 뻔했다. 깨끗한 피부와 술이 동시에 내 인생에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요 몇 주 잠깐 같이 했던 저 낯선 피부가 아니라 나의 이복동생 술이었다.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은 술, 술인 것이다.
『아무튼, 술』, 김혼비 , 제철소, 2019. 163쪽.
읽은 날: 2021년 10월 5일 (화)
*매주 화요일 늦은 3시부터 3층 동네부엌에서 낭독회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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