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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 붕괴로 인한 충격, 2011년 점령 운동에 대한 세계적인 반향,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라는 압력까지, 간담이 서늘해진 정치인들은 사회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좀 더 그럴 듯한 비전을 표현할 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이들의 답은 제자리였다.(…) 앙겔라 메르켈은 ‘지속되는 성장’을 이야기한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균형 잡힌 성장’을 이야기한다. 버락 오바마는 ‘장기적인 성장 지속’을 이야기한다. 유럽의 조제 마누엘 바호주는 ‘현명하고 지속 가능하며 포용적이고 회복 능력을 갖춘 성장’을 이야기한다. 세계은행은 ‘포용적인 녹색 성장’을 약속한다.(…)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우선 울어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이렇게 큰 위기가 닥친 순간에 비전이 없다니, 정말 슬픈 일이다. 그다음에는 웃어야 한다. 왜냐면 정치가들이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서라도  GDP 성장을 정당화하고 지탱하려 한다는 건 지금이 바로 뻐꾸기를 둥지에서 쫓아낼 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경제 성장 이상의 무언가라는 게 이제 자명해졌다.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학고재, 2017, 55-56쪽.

 읽은 날: 2021년 5월 8일  (~p.75)

*매주 토요일 늦은 4시부터 느티나무도서관 지하1층 뜰아래에서 낭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