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 한구절]『삶의 격』 페터 비에리
by 느티나무
"그렇다면 존엄성은 무엇인가?"
"사적인 것에 대해서 말을 아낌으로써 타인과의 사이에서 유지되는 간격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간격이 필요한 이유는, 침묵의 경도를 조금 무르게 함으로써 사람 사이의 친밀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리처럼 투명하다면 친밀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좁혀야 할 거리라는 것이 애초부터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모두에 대해서 다 알고, 그중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으로 이야기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결국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 밖에 될 수 없다. 친밀성이 자아내는 신비한 마법도, 마법이 만들어내는 행복도 없다." - p.245
페터 비에리 『삶의 격』, 은행나무, 2014
읽은 날: 2019.09.24
매주 화요일 이른 10시 30분부터 3층 물음표와 쉼표에서 낭독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