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 한구절]『서양미술사』 곰브리치
by 느티나무
프란시스코 고야,<거인>,1818년경.
애쿼틴트, 28.5×21cm
도판320은 그의 꿈 가운데 가장 무시무시한 악몽으로, 한 거인이 세계의 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전경의 조그만 풍경으로부터 그 거인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집과 성들은 조그만 점으로 묘사되어 있다. 우리는 마치 실물인듯 뚜렷한 윤곽선으로 그려진 이 무시무시한 유령을 상상할 수 있다. 괴물은 달빛이 비친 풍경 속에 불길한 몽마(夢魔)처럼 도사리고 있다. 고야는 전쟁과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기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시(詩)와 같은 하나의 환상을 만들어냈던 것일까?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전통의 단절이 가져온 가장 뚜렷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제 미술가들은 지금까지 오직 시인들만이 누렸던 개인적 환상의 세계를 종이 위에 펼쳐 놓는 자유를 얻게 된 것이었다.
-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예경 488p. / 문고판 370p.
읽은 날: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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