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 한구절]거대한 전환
by 느티나무
통화 이론에 존재하는 혼란의 대부분은 정치와 경제의 분리에서 기인하는 것이었으며, 이것이야말로 시장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한 세기 이상 화폐는 순수하게 경제적인 범주라고, 즉 물물교환을 간접적으로 이루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개 상품일 뿐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그 일개 상품으로 선택된 것이 황금이기 때문에 금본위제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식이었다.(중략)
국가는 사실상 명목 화폐의 가치를 보증하는 독자적인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각종 조세 및 그밖의 사안에서 금화와 은화 등의 정화(正貨)뿐만 아니라 그 나라 명목 화폐 자체 또한 지불 수단으로 인정하여 받아들임으로써 그 가치를 보증했던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쓰이는 화폐는 교환 수단이 아니라 지불수단이다. 이러한 화폐는 상품이 아니라 구매력으로서, 그 자체로는 아무런 효용도 가질 수 없고 오로지 그것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사물들의 수량을 표현한 청구권을 나타내는 일종의 계산 수단일 뿐이다. 그러한 구매력의 증표를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분배가 결정되는 사회는 시장경제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구성물임이 명백하다.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도서출판 길, 2009 49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