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회 한구절]『코스모스』 칼 세이건
by 느티나무
지상의 모든 생물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같은 유기화학적 원리가 지상의 생물들을 지배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진화의 코드를 통해서 변신해 왔다. 따라서 지구의 생물학은 철저하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구 생물에게는 단 한 가지의 생물학만으로 충분하다. 생물학을 음악에 비유해 볼 때, 지구 생물학은 단성부, 단일 주제 형식의 음악만을 우리에게 들려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수천 광년 떨어진 저 먼 곳의 생명은 우리에게 어떤 형식의 음악을 들려줄 준비를 해 놓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풀피리 하나로 연주되는 지구 생명의 이 외로운 음악 하나가 우리 우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일까? 우주 생물이 들려줄 음악은 외로운 풀피릿소리가 아니라 푸가일 가능성이 높다. (…) 10억 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은하 생명의 푸가를 듣는다면, 지구의 생물 학자들은 그 화려함과 장엄함에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18, 66~67쪽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