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독회 한구절]『인간의 조건』
by 느티나무
아렌트는 서론에서 “우리가 최근에 겪었던 경험과 공포를 고려하여 인간의 조건을 다시 사유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녀는 학위논문을 통해 인간은 죽음이라는 공통의 공포를 나누어 갖고 있으며, 이 공포에 관한 공통의 지식을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바 있다. 그렇다면 나치의 전체주의를 겪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우리에게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줄 ‘공통의 공포’는 과연 무엇인가? 아렌트는 그것은 바로 “사유하지 않음”이라고 단언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행하는가를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렌트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vita contemplativa)을 제외하고 오직 인간의 신체적 활동들(vita activa)을 ‘노동’, ‘작업’, ‘행위’로 범주화하여 해명함으로써 일종의 정치철학적 인간학을 발전시키고 있다. p. 39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한길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