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읽는 책]『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by 강철진
“도대체 뭐가 자신을 혐오하게 만들지?”
“아마 비겁함이겠죠. 아니면 잘못하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영원한 두려움이거나. 몇 분 전까지 난 행복했어요. 죽음을 선고받았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죠. 그런데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다시 깨닫게 되자, 더럭 겁이 났어요.” p.97
자유로운 선택이란 있을 수 있을까. 모든 결단의 후에 찾아오는 일들-버티고 버티다 넘어갔든,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찾아왔든, 만족하든, 후회하든-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가져온다. 선택의 행위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주체가 그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결과가 삶에 별 영향을 가져오지 않는 선택이 그래서 자유로우며, 웬만한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강하다’ 부르고, 강한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한편, 아직 강하지 못한 사람이 자유로운 선택을 거듭한다면그 또한 언젠가는 강해질 수 있을까? 스스로를 강하다 여기지 못할 때 외려 단정이 아닌 결단을 내리고 만용이 아닌 용기를 품자. 선택이 나를 자유케 할 수 있도록. (강철진 사서 2017.2)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문학동네,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