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주친 한 구절

[사서가 읽는 책]『너무 시끄러운 고독』

by 신정은

  • 『너무 시끄러운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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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십오 년 동안 나는 폐지를 압축해왔다. 내게 선택권이 다시 주어진다 해도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도 석 에 한 번쯤은 내 일에 대한 소신에도 변화가 닥쳐 내 지하실이 혐오스러워지곤 한다. 소장의 불평과 잔소리가 머릿속에서 윙윙대는가 하면 마치 확성기에 대고 악을 써대는 것처럼 귓속에서 맴돈다. 그렇게 내 지하실도 지옥이나 다름없는 불쾌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축축하고 곰팡내나는 종이 더미가 작업한 안마당을 완전히 점거하고 제대로 발효하기 시작해, 그 옆에 있으면 차라리 두엄 냄새가 달콤하게 느껴질 정도다.” p.35 

     

    ‘직업이 곧 사람을 말한다’라는 말을 이전에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일이 곧 삶이 되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목도하면서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ㅡ 않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찾아왔다. 근로자, 노동자, 직원, 피고용자, 때때로 사서선생님. 나를 지칭하는 수많은 단어 중에 나만을 위한 단어는 없다는데 슬픔을 느끼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일 속에 파묻혀 삶의 공허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우리들에게 숨겨두고 혼자 보고 싶은 보석과 같은 책이 나타났다. (신정은 사서 2017.2)


    보후밀 흐라발 지음 , 이창석 옮김 『너무 시끄러운 고독』 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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